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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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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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타리4. 정정 결정문이 네 시 반에 나왔어요.

수진 : 그러면 말하신 대로 트랜지션을 결정하신 다음에 여자를 만나신 거예요?


미스타리 : 맨 처음엔 여자친구가 없었어요. 안 생기더라구요. 못생겨서 그런지. [웃음] 안 생겨서 계속 솔로로 있다가 지금 여자친구랑 만났어요. 그 때는 정정이 안됐어서 여자로 처음 회사에 들어가봤거든요? 미친 척 하고 들어가자. 날 동성애자 쯤으로 보겠지, 부치쯤 보겠지. 이러고 그냥 들어갔어요. 사람들이랑 그냥 하하호호 다 친해지고, 그 사이에 여자친구도 아르바이트 겸 왔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여자친구가 안 예뻤어요. [웃음] 이것(쌍꺼풀)도 안 했었고. [웃음] 그리고 거기 매니저가 싫어서 관두고 2년 정도 딴 데서 일을 하다가, 2년 후에 매니저가 제가 좋아하던 분으로 바뀐 거예요. 그 분이 러브콜 해서 다시 갔어요. 그 때 누가 인사를 하는데 못 알아보겠는 거예요. 누구지? 이 사람은? 제 여자친구가 살을 20kg 쯤 빼고, 손 좀 보고. 네. 이거(쌍꺼풀) 하나 밖에 안 했어요. 요즘엔 그건 악세사리라고 그러잖아요. 그거 하고 딱 이렇게 인사하는데, 어, 너무 예쁜 거예요. 우와 예쁘다. 정말 그 이후였어요. 정말 그거였어요. 본인도 알거예요. 맨 처음엔 말도 잘 맞고 그래서 그냥 좋은 친구 하자 그래서 커밍아웃을 했어요. 그런데 흔쾌히 받아들여. 괜찮다고 친군데 뭐 어떠냐고. 그러다가 점점 이렇게 연인관계로 발전했죠.


수진 : 그 분은 원래 이성애자신 거죠?


미스타리 : 네.


수진 : 그렇게 받아들이시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죠? [웃음]


미스타리 : 네. 그 이유가 알고 보니까, 그 여자친구가 영화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예술 영화 같은 걸 되게 좋아해요. 그런데 예술 영화 보면 독특한 소재가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 데서 이미 간접경험을 해서 소수자에 대해서 저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어요. 제가 원래 부치나 그런 걸 전혀 몰랐었어요. 가끔 이렇게 듣고 있다가. 그게 뭐야? 그러면 좌악 이렇게 설명해주면, 얘는 뭐지? [웃음] 많이 배웠어요. 좀 독특해요.


수진 : 우와. 일반에게 배우는 소수자.


미스타리 : 네. 무지한 소수자 [웃음]


수진 : 그럼 결혼을 하시면 자녀 생각도 있으세요?


미스타리 : 저는 딸을 너무 좋아해서, 입양을 하고 싶다고 얘기를 했어요. 좀 큰 걸로, 똥 오줌 가릴 수 있는 걸로. [웃음] 제가 어린 애기는 너무 자신이 없어서. 저는 입양 하는 거를 창피하다고 생각 안 하고 당당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똥오줌 가릴 수 있는 애기로. 자기 스스로 옷도 어느 정도 입을 수 있고 밥도 챙겨 먹을 수 있는, 한 여덟 살, 일곱 살 정도? 그 때 쯤이면 기저귀 안 차고 말도 조금 하죠? [웃음] 잘 몰라가지고... 그래서 그 정도 되는 걸로 입양을 하고 싶다고 여자친구한테 입양 얘기를 했더니 여자친구가 싫어하더라구요. 애를 싫어해요. 되게 잘 만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소수자들 가족들 보면 와이프랑 많이 다투더라구요. 왜냐면 와이프는 애가 너무 갖고 싶은데 우리 애는 가질 수 없고 입양하자.. 그렇게 되게 가슴 아픈 이야기를 형들한테 많이 들었는데, 제 여자친구는 애를 싫어해요. 어디 가다가 애가 막 우는 거 보면, 어우 이러고 가는 거예요. 어우, 저거 내 새끼였으면 죽였어. [웃음] 애를 되게 거추장스러워 해요. 오히려 저한테 그냥 둘이 살면 안되겠냐고, 네.


수진 : 참 모든 게 이렇게 잘 짜여진 듯이...


미스타리 : 네. [웃음] 저만 잘 하면 되는데 지금 제가 못하고 있어요. [웃음] 저만 좀 공부를 잘 하고, 앞가림만 잘 하면 되는데.


수진 : 지금 사귀시는 분이 첫 여자친구세요?


미스타리 : 네네. 결혼 생각까지 같이 다 계획. 같이 다 하고 있어요.


수진 : 이제 성별정정하셔서 결혼이 가능해지신거죠?


미스타리 : 네. 그 (성별)정정 결정문이 네 시 반에 나왔어요. 그런데 동사무소가 보통 6시 까지잖아요. 같이 정정한 분들이 그 자리에서 찢어져서 다 신청하러 동사무소로 갔어요. 그런데 저만 못 갔거든요. 왜냐면 어머니한테 소송 들어가는 걸 말씀을 안 드렸어요. 어머니는 제가 직업을 갖기 직전에 바꾸는 걸로 저랑 딜을 하고 그 조건으로 OK를 하신 거예요. 저는 엄마랑 약간 딜을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어머니는, “니가 자격증 따고 취직 확정되기 직전에 내가 내 손으로 너를 정정해주겠다. 판사님한테 호소문을 쓰겠다. 정정을 내 힘으로 돕고 수술을 내 힘으로 돕겠다.” 그러셨죠. “단, 그 전까진 안 돼.” 라고. 그 이유가 이제, 자기 앞가림을 하고 주변 사람 지켜줄 줄 알아야 니가 하고 싶은 거 원 없이 할 거다. 니가 아무 것도 안 된 상태에서 그것(정정)만 하면 주변 사람들한테 피해고 니 자신도 망가질 수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되게 친한 형님이 몇몇 사람들하고 같이 정정 준비할 거라고 저한테 맨 처음 얘기하셨거든요. 그래서 저도 끼게 됐는데 그 당시에 제가 요건이 하나 안 되더라구요. 자궁적출을 안 했었거든요. 그래서 그걸 진짜 딴 병원에서 하려다가, ㅇㅇㅇ원장은 하루만에 해주거든요? 그러니까 입원이 반나절도 안 돼요. 수술 날 저녁에 집 나와서 수술을 해요. 그리고 하룻밤만 자고 다음날 아침에 퇴원해요. 그리고 바로 안녕이에요. 그러니까 너~무 제 스타일인 거예요. 그래서 어머니께는 친구들이랑 놀러간다고 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외박을 받아냈어요. 그래서 수술하고 바로 집에 돌아왔죠. 그거를 부리나케 맞춰가지고 소송에 쫓아 들어갔는데, 엄마는 차마 말씀을 못 드리겠는 거예요. 왜냐하면 어떻게 보면 이건 엄마랑 약속을 어기는 거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지 하는데 갑자기 정정이 돼버린 거예요. 그렇게 잘 돼서 남들은 동사무소에 다 가는데도 나만 못 가니까 기분이 너무 안 좋은 거예요. 그래서 한 3일 있다가 날 잡고 어머니한테 말씀을 드렸거든요. 그랬더니 어머니가 그제서야 그냥 가라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쩌겠냐고. 그 대신 니가 너 원하는 직장에 못 가면 난 이거 소송 걸어서라도 너 다시 2번으로 받아온다고. [웃음] 판사한테 탄원서 낼 거라고. 저희 엄만 진짜 하실 분이에요. 네, 알겠습니다. 어머니. 그렇게 해서 그제서야 바꿨어요. 무슨 얘기 하다가 이렇게 됐지?


수진 : 여자친구 분과 결혼 계획 이야기요.


미스타리 : 그래서, 결정문을 동사무소에 내러 갔는데 여자친구가 혼인신고 종이를 가져와서 이렇게 쓰윽 내밀더라구요. 그래서 지갑에 넣어놨어요. 아직은 돈이 없어서. 결혼은 돈이니까. [웃음] 저도 몰래 하고 싶은데 들켰다가는, 네, 광화문 네거리에서 찢겨 죽을 것 같다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