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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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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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1. 그래서 한국에 온 거죠. 제대로 진지하게 해보려고


 

수은 : 안녕하세요.

 

로나 : 안녕하세요? [웃음] 그런 건 없어요? 질문지?

 

수은 : 그런 거 없어요. [같이 웃음]

 

로나 : 어, 그냥 하는 거예요? 그렇구나~ 

 

수은 : 예. 이게 정해진 질문에 딱 딱 대답을 하시기보다 살아오신 얘기를 편하게 하시면 되는 자리여서요. 혹시 인터뷰 제안 받으셨을 때 어떤 얘기를 해야겠다 생각하신 건 없으세요?

 

로나 : 그런 건 딱히 없고, 뭔가 물어본다면 왜 트랜스젠더 하게 되냐?그러면 어떠냐? 뭐 요런 것들 물어볼 꺼라 생각했었거든요. 뭐 언제 알게 되었고 그런 거요. 진짜 정신과 갔을 때 들었던 그런 거 물어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좀 했죠. [웃음]

 

수은 : 아, 그렇구나. 처음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없으세요? 나 이렇게 살아왔다~ 이런 거? 

 

로나 : 나 이렇게 살아왔다? 뭐 그냥,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았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하곤 좀 다르게, 딱히 뭔가 가족들의 터치나 눈치 없이, 나는 하고 싶은 거 하는 데 아무런 제재나 간섭 없이 그냥 살아왔다고 해야 되나? 남들 보면 막 가족 눈치 봐서 머리도 못 기른다는 애들도 많구, 뭘 하고 싶은데 가족들 때문에 못 한다는 애도 많고 막. 커밍아웃도 되게 힘들어하는 애들도 있는데. 나 같은 경우는 딱히 가족들이 그런 거 막 서로 집착을 안 하고, 서로 이렇게 살아라 같은 강요를 안 하는 그런 집안 분위기거든요. 

 

수은 : 다행이다. 가족은 따로 살고 계신 거예요?

 

로나 : 응? 다 따로따로 살고 있구요 지금은. [웃음] 다 독립해서 사는 그런 형태라고 해야되나?

 

수은 : 언제부터 따로 사셨어요?

 

로나 : 내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가족은 다 떨어져가지고 살았어요.

 

수은 : 그럼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혼자 사신 거예요?

 

로나 : 혼자는 아니고... 이건 되~게 히스토리가, 역사가 되게 머~언 시간 전으로 거슬러 가요.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러고 나서 그냥... 아버지가 혼자서 뭔가 가족을 잘 키우기가 힘드시잖아요. 그러니까 저 같은 경우는 이제 친척이 해외에 살았는데 거기로 가서 거기서 돌봐줘서 살았고. 그리고 오빠가 있는데, 오빠는 대학 다닐 때부터 일찍 독립을 해서 따로 살았고. 그런 식으로 다들 따로따로 그렇게 살고 있죠. [웃음] 그러다보니까 서로 딱히 간섭 안 하고. 서로 연락을 막 매일 같이 하는 것도 아니고. 

 

수은 : 중3이면 되게 오래 됐다.

 

로나 : 딱 십년 전이네. 그 때부터 따로따로. 2003년. 

 

수은 : 그러고 바로 캐나다로 가신 거예요?

 

로나 : 외삼촌 가족들이 캐나다에 살아서, 거기서 잠깐 같이 살다가 또 대학 때부터 독립 해가지고 나도 계속 혼자 살았어요. 

 

수은 : 그럼 외국 처음 가셨을 때 외삼촌네랑 사신 거죠? 외국 생활은 어떠셨어요? 

 

로나 : 난 뭐 그냥. 별 생각 없이 간 거였어요. 처음에 어머니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는 나도 별 생각 없이 살다가 갑자기 가게 된 거죠. 외삼촌이 한국에 오셔서 같이 가서 살자고 데려가신 케이스예요. 가서는 처음엔 별로 그렇게 새로운 환경이 뭔가 낯설거나 못 견디거나 그런 거 없이, 일단은 뭔가 ‘아, 이렇게까지 나를 데리고 왔는데 내가 엇나가면 안 된다’ 이런 생각에 내가 그냥 열심히만 살아서 그런 건 한 번도 못 느낀 거 같애요. 뭔가 살기 힘들다, 문화가 안 맞는다. 이런 거 느낄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그냥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어쨌든 빨리 뭔가 모범을 보여야지. 사촌동생들도 있는데. [웃음]

 

수은 : 아, 동생들이 있었구나. 

 

로나 : 네, 사촌동생들 둘이 있었기 때문에, 데리고 온 애가 막 엇나가고 있음 되게 좀 보기가 그러니까. [웃음] 저는 그런 마음으로 고등학교를 살았죠.

 

수은 : 그럼 고등학교 때 정신 하나도 없으셨겠다.

 

로나 : 정신없이 지냈죠. 영어 한 마디도 못 하는데 그냥 얼떨결에 딱 거기 떨어졌으니깐. 새로운 환경에서 당장 사느라 바빠갖고선 딱히 뭔가 어려움 같은 걸 느낄 여유가 아예 없었죠. 

 

수은 : 그러다가 대학은 다른 곳으로 가신 거예요?

 

로나 : 대학은 처음엔 캐나다에서 다니다가, 미국에서도 다녔죠. 편입해서 대학을 2개를 다녔어요. 하다가 도중에 아~ 나 이거 안 맞는 거 같애~ [웃음] 하면서.

 

수은 : 뭐였어요?

 

로나 : 처음에는 이제 막, 지리정보 시스템 그런 거 하는 건데,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서 지도 만드는 거예요. 그거 재밌어서 했다가, 가보니까 내가 생각했던 공부가 아니잖아 이건? [같이 웃음] 그냥 홍보나 그런 데 사람들 하는 거 보면 되게 멋있어 보이고 그랬는데. 막상 가서 내가 공부해보니까 ‘어? 이거 내가 원하던 게 아닌데?’ [웃음]

 

수은 : 재미도 없구?

 

로나 : 재미도 없구. [웃음] 그래서 학교 안에서 전공을 바꿀까 했다가, 그 학교 자체가 좀 뭔가 힘들어서 다른 학교로 편입했죠. 처음 대학에는 그냥 남들 보기에 아무래도 좀 그럴싸한 대학, 그럴싸한 공부 이런 걸 좀 의식을 많이 해서 지원했어요. 그런데 막상 가니까 공부를 너무 시키고, 나 여기는 안 맞는다~ 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다른 학교로 옮겨 버렸죠. 좀 쉬운 데로? [웃음] 공부하곤 좀 안 맞는다 싶어갖고 기술 배우는 쪽으로. [웃음]

 

수은 : 기술! 기술을 배워야 되는데. [웃음] 그래서 대학을 미국에서 졸업하신 거죠?

 

로나 : 그쵸. 캐나다 있다가 미국으로 편입해서, 거기서 졸업했어요. 운이 좋아서 졸업할 때 바로 학교에서 알았던 사람들이 취업하는 길을 잘 연결해줘가지고 그냥 거기서 일을 하다가. 그러다가 이제 그냥, 한국에 놀러 왔죠. [웃음] 이제 다 그만 두고 좀 생각을 많이 하려고. 일 하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이, ‘어떻게 살아야 되나...’ 계속 생각을 하다가, 이제 좀 진지하게. 딱 선택을 할려고 다 그만두고 들어왔어요.

 

수은 : ‘어떻게 살아야 되나’라는 어떤 거였어요?

 

로나 : 말 그대로 이제 ‘트랜스젠더로 니가 정말 잘 살 수 있냐?’ 그거를 많이 고민하려고요. 오랫동안 나는 트랜스젠더로 살지 못할 꺼 같다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었거든요. 오랫동안. 그러니깐 용기? 그런 게 없어서? 어떻게 보면 또 그만큼 간절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모든 걸 다 포기하더라도 그런 걸 할 줄 아는 애들이 진짜 트랜스젠더다. 뭐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게 잔인하게 말하잖아요. 냉정하게. 근데 나는 뭔가, 되게 해놓은 게 많아서 내려놓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아직까지는, 어린 나이에 딱 다 전환을 해버리고 나면 사회적으로 내가 원래 하던 일을 다시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내가 하고 싶은 걸 아무런 벽이 없이 똑같이 동등하게 비교당하면서 할 수 있을까. 그거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 계속 고민을 많이 했다가... 한국에 온 거죠. 이제 제대로 한 번 진지하게 해볼려고.

 

수은 : 아~ 그럼 한국에 들어오신 이유 중에 큰 부분이...

 

로나 : 큰 부분이 그거죠. 일하는 동안은 또 일하느라 너무 바빠서 그렇게 잡생각을 많이 못 하니깐. 가면 갈수록 그냥, 그게 점점 강해지는 게 느껴졌다고 해야 되나? 계속 이렇게 살기가 힘들다는 느낌? 이중생활하면서 사는 게? 어릴 때부터 언제나 갖고 있었던 생각이고. 근데 뭐 그렇게 고등학교 때 심각하게 막! 당장 지금이라도 호르몬을 시작해서 해야 된다. 이런 막 급박한 건 없었고. 상황이 또 워낙 당장은 지금 상황을 헤쳐 나가는 걸 해야되니깐.

 

수은 : 그쵸. 당장 영어부터 해야되고.

 

로나 : 그니까. 당장 그런 게 힘들어가지고 주변 상황 때문에. 딱히 그렇게 바로 하는 건 힘들었고. 대학 가서도 공부하느라 정신 없었고. 그러고 난 다음에 대학교 이제 좀 편해지고 나면서부터는 많이 고민을 좀 했는데, 스스로는 그냥 이렇게 생각했었죠.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할려면 그렇게 (트랜지션을) 해서는 아직 사회적으로 힘들텐데...’ 이런 생각 때문에 계속 질질 끌었다고 봐야죠? 계속 질질 끌었다가, 졸업하고 취업하고, 그러면서 그냥 혼자 살고 하니깐 집에 있을 때 많~이 생각 들고. 일 하면서도 그냥 나도 모르게 이제 점점... 딱 취업하고 나서부터 머리 계속 기르고 하면서, ‘아 이렇게 이제 가고 싶은데, 해도 괜찮을까? 아님 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한데. 아냐, 해도 괜찮을까.’ 그렇게 용기가 좀 많이 없는 그런 게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죠. 그래서 다 때려치우고 제대로 진지하게 고민도 하고 하려고 한국에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