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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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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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4. 호르몬은 제 생일 지나고 ...


캔디 : 나윤은 언제부터 호르몬을 한 거예요?

나윤 : 작년부터요. 만 스무 살 되던 해에 바로요.

캔디 : 만 스무 살 되던 해. 그러면 지금은 투여한 지 1년 정도 된 거예요?

나윤 : 일 년 살짝 넘었죠? 호르몬은 제 생일 지나고 나서부터 했어요. 그때쯤에 제가 바로 정신과를 예약을 했어요. 그리고 1~2주 뒤에 진단서를 받고, 그 다음에 H 산부인과를 갔어요. 그 다음에는... 네, 막상 병원에 가려니 두려웠죠. 호르몬을 받으러 간 건데 사람들이 다들 쳐다보더라고요. 그때가 제가 훈련소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됐었을 때였어요.

캔디 : 훈련소? 군대를 갔다 왔어요? 면제라고 들었는데?

나윤 : 네, 그때 갔어요. [박수 치며] 공익으로 갔죠. 일단 공익 가고 난 이후에 면제가 된 거예요. 그니까 정리를 해보자면, 2012년 7월에 정신과를 받고서, A 커뮤니티는 2013년 6월에 간 거죠.

캔디 : 그럼 커뮤니티에 나가기 전부터 호르몬은 한 거네요?

나윤 : 네. 저도 살짝 헷갈리네요. 훈련소 언제 갔는지가... 그 이후에 커뮤니티에 간 거 같아요. 맞아요. 생각해보니까 2012년 초에 훈련소를 갔어요. 그때 갔다가 바로 나올 생각이었죠. 그때는...

캔디 : 훈련소에서 탈출할 생각이었다고? 탈영? [웃음]

나윤 : 음, 그게 탈영이 아니라… 어차피 저는 못 버티니까. 그때 한 번 들어가면 다시 검사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요. 그때 군의관한테 말했어요. 그냥 우울증이 있다는 식으로 말했어요. 정체성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안 하고 “나 진짜 죽을 거다”라고. [웃음] 당장에라도 죽을 자신 있다라고 하니까, 정신과로 보내주더라고요. 그러면서 “너는 다시 한 번 이 짓을 하면 영창보낼 거다”라면서 겁주더라고요. 그렇게 으름장 주고 나서 “그래, 너 다시 사회 나가서 치료 받은 후에 다시 들어와라”가 된 거죠. 그래서 다시 내보내줬어요.

캔디 : 그럼 훈련소를 갔다가 중간에 퇴소를 한 거네요?

나윤 : 네. 머리 다 깎고~ [칭얼대며] 머리 다 깎고~

캔디 : 얼마 동안 있었는데요?

나윤 : 이틀... 겨우 이틀. 근데 저한텐 너무 지옥 같았어요.

캔디 : 아 머리를 깎은 게 아깝다. [웃음]

나윤 : 응 너무 아깝죠. 그렇게 이틀 들어가 있다가 나왔는데 그때 부모님이 진짜 너무 미운 거예요. 훈련소 들어가기 전에는 내가 우울증 있는 거 뻔히 알고 너무 힘들어하는 거 알면서도… 들어가기 전에는 이랬거든요. “네가 힘들면 나와라. 뭐라고 하지 않겠다” 그런데 막상 나오니까 집에서 난리가 난 거예요. 집에 돌아오는 관광버스를 타자마자 전화가 온 거예요. 진짜 나왔냐고 막 뭐라 하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진짜... 아휴~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너무 끔찍해요. 하여튼 어떻게 어떻게 해서  집에 들어갔지요.  그렇게 숨 죽은 듯이 살다가 그해 7월 쯤에 정신과에 간 거 같아요. 그때까지도 머리는 거의 완전 빡빡이었죠. 그 상태인 채로 진단을 받고 그 다음에 몇 주 뒤에 어찌 어찌 해서 호르몬 받았고요. 아, 맞아요. 그때 첫 자가주사를 했나? 그때 첫 자가주사를 하려는데, 혼자 하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그래서 이태원에 있는 어떤 의원을 찾아 갔어요. 거기서 한 4~5차례 정도 그냥 투여를 했고요. 그 다음부터는 다시 자가주사를 시작했지요. [웃음] 그러다가 A 커뮤니티를 나가게 되고,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러던 중에 E 언니가 참여하고 있던 까페를 우연히 보게 된 거예요. 그래서 M 가게에서 E 언니를 만나게 된 거고요. 저를 되게 많이 챙겨줬어요. [울먹거리며] 근데 지금은 되게 무서워요. [캔디 웃음] 진짜 무서워~!! 나 아직도 이야기를 막 못 붙이겠어요. 아직도 무서운데… 어쨌든 그 이후로 조금씩 정모에도 나왔어요. 저 자신을 억지로 끄집어냈어요. “그래야 내가 살겠다. 안 그러면 나 평생 이렇게 살 거 같아” 그런 생각이 들어서 너무 싫은 거예요. 그럴 거 같은 게 너무 싫어서. 저를 끄집어 냈더니 지금은 이 정도까지 나오게 되었어요.

캔디 : 지금 교회도 다니고 있잖아요. 교회는 원래 다녔어요?

나윤 : 그때 E 언니가 추천해줬어요.

캔디 : 그럼 그 전까진 교회를 다녀본 적이 없는 거예요?

나윤 : 그때까지는 그냥 동네 교회를 갔죠. 누가 문화상품권 공짜로 준다고 하면 그냥 하루 이틀 나가가다 나중에 안 나가는 수준? 근데 사실 그렇잖아요. 우리나라에서는  개독교라고 막 이렇게 욕하니까 저도 괜히 그 종교에 가는 게 꺼려지더라고요. 그래서 이전에는 교회를 아예 나갈 생각을 안 하다가 E 언니가 “이러이러한 괜찮은 교회가 있다고, 성소수자들도 트랜스젠더도 받아들여준다”고 이런 식으로 말을 해줘서 거길 나간 거죠. 나갔더니 진~짜 너무 좋은 거예요. 거기 있는 사람들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캔디 : 그럼 처음엔 사람이 좋아서 나가다가 지금은 신앙이 된 케이스예요?

나윤 : 솔직히 제가 생각해도 아직도 신앙은 그다지 없는 거 같긴 해요. 아직도 하나님이 안 믿긴다고 해야 되나? 아직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제 본인은 신앙심이 그다지 크진 않아요. 사람들하고 관계라든지 그런 게 너무 즐거워서 아직 나가고 있지요. 얼마 전에 상담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는데요. “최근 저는 일요일이 너무 너무 기대된다”고요. “사람들하고 이야기하고 놀고 먹는 게 너무 좋다. 이 자체만으로 일요일 만큼은 너무 행복하다. 하지만 그 이후엔 너무 힘들다”고요.

캔디 : 어떤 게 힘들어요?

나윤 : 호르몬을 하다 보니까 솔직히 요즘 체력적으로 좀 힘들어요.

캔디 : 호르몬 하면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얘기를 주변에서도 좀 많이 듣는 거 같아요. 그럼 호르몬 투여 주기는 어때요? 자주 하는 편이에요?

나윤 : 1년간 하는 동안에도 저한테 맞는 기준치를 아직 못 찾고 있어요.

캔디 : 병원에서는 뭐라 그래요?

나윤 : 전 제가 자가로 하면서 병원에서 수시로 검사 받고 이야기를 하고,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주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렇게 하고 있거든요? 이제 조금씩 찾아가는 거 같기도 한데, 근데도 아직도 호르몬 자체가 잘 안 맞는 거 같아요.

캔디 : 그럼 호르몬 종류를 바꿔봐요. 그런 방법도 있어요. 한 종류에 내성이 생길 수도 있는 거고, 몸에 안 맞는 걸 수도 있고요. 호르몬 종류가 얼마나 많은데요.

나윤 : 아, 정말요?

캔디 : 응. 먹는 종류도 있고요.

나윤 : 아, 근데 저는 먹는 약은 맨날 때를 놓쳐요.

캔디 : [웃음] 주사는 안 놓치고요?

나윤 : 주사는 그래도 한 번 맞아 놓으면 몇 주, 최소한 저는 2주는 가거든요. 저는 2주 지나면 곧바로 그 다음에 바로 증상이 와요.

캔디 : 정말? 약빨 떨어지는 증상이 나와요?

나윤 : 네. 진짜 번개 같이 와요. 우선 가만 있어도 막 땀이 흘러요. 저는 그 증상이 가장 커요. 그리고 서서히 기분이... 그냥 완전히 순식간에 뒤집혀요. 그런데 그런 증상 나오는 게 진짜 번개 같이 정확해요. 저도 가끔 까먹기도 하거든요? 기록을 해놓기는 하는데도 까 먹고 지나가면 딱 2주 지나면 진짜… 뭐랄까, 컨디션이 완전히 뒤집히는 거예요. 왜 그러나 살펴보면 딱 호르몬 할 때인 거예요. 1년 동안 그러는 게 진짜 번개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