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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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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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2. 저를 꺼내게 된 계기는 커뮤니티에 나가면서부터


캔디 : 아까 얘기 들은 걸로는, 중학교 때부터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랬죠?

나윤 : 중학교부터였던 것 같아요. 거의 고등학교 들어갈 때쯤? 그때 우연히 B 커뮤니티를 알게 됐고[웃음], 그때부터 조금씩 그 분위기를 읽기 시작했고요.

캔디 : 그렇군요. 그러면 처음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게 된 건 A 커뮤니티인 거예요?

나윤 : 네, A 커뮤니티예요. A 커뮤니티 나가고 난 다음에 지금 친한 E 언니를 만난 것 같은데요?

캔디 : A 커뮤니티는 그냥 인터넷으로 찾아서 가 본 거예요?

나윤 : 네, 네. 인터넷으로 알아 보고 갔어요.

캔디 : 응. 그러면 커뮤니티를 찾기 전에 중고등학교 때 했던 고민, 그니까 “난 남자는 아닌 것 같은데”라는 고민을 마음 속으로 그냥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언제 들기 시작한 거예요?

나윤 : 제 자신이 되게 싫었어요. 그게 정확히 언제일까…? 초등학교 때쯤이었던 것 같아요. 뭔가 내가 안 맞는 거 같기도 하고, 남자인 내 자신이 정말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그걸 잊어보려고 게임에 빠져 거의 폐인처럼 살았어요.

캔디 : 무슨 게임 했어요?

나윤 : GTA요. 하여튼 뭐가 되었든, 그냥 게임이라도? 그냥 내가 뭔가에 빠질 수 있는 깊숙한 거. 그래서 집에서도 아예 안 나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게임만 붙잡고 살았더랬죠.

캔디 : 학교는요?

나윤 : 학교는 가긴 갔는데, 적응을 못 하고 그랬어요. 학교 가도 공부도 아예 안 했고요.

캔디 : 중고등학교 내내 그랬어요?

나윤 : 네. 지금 와서 제가 가장 후회하는 게, 땅을 치고 후회하는 게 그때 공부를 그렇게 안 한 거예요.

캔디 : 대학은 갔잖아요?

나윤 : 대학은 갔는데, 공부를 하나도 안 했으니까 대학교에서도 너무 힘들어서요.

캔디 : 어떤 전공으로 갔어요?

나윤 : IT 관련한 전문대요. 근데 사실은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캔디 : 그럼 지금 무슨 일 하는 거예요? IT 관련된 일을 하는 거예요?

나윤 : 거기 졸업하고 나서 우연히 교수님이 부서를 하나 더 만들었더라고요. 그냥 거기서 돈을 조금이라도 주니까 너라도 들어와라 그래서 들어갔죠. 그런데, 저는 길게 안 하고  바로 나가려고 한 거였고 지금은 계약이 끝날 때가 다 되긴 했는데 아직까지는 거기서 일하고 있는 거예요.

캔디 : 그러면 중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은 자기가 트랜스젠더인 걸 알아요?

나윤 : 몰라요. 그냥 머리 긴 애로 알고 있겠죠. 머리 길고 눈치 좀 없고,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

캔디 : 그럼 학교에서 다 남자애로 알고 있어요?

나윤 : 네.

캔디 : 이렇게 예쁘게 생겼는데도요?

나윤 : 저 안 예뻐요~

캔디 : 좋아요. 일단 예쁘지 않은 걸로 친다 해도 남자애 같이 안 생겼잖아~

나윤 : 흐으~ 다들 그렇게 알고 있어요. 그냥 좀 특이한 애다, 되게 독특한 애라고. 그래서 저는 학교 다니면서 인간관계를 거의 안 만들었어요. 그냥 집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거의 수업만 듣고 가고, 몇몇 친구들하고만 지내고요. 지금 돌아보면 그런 게 되게 슬펐죠. 대학 때도 여전히 그랬고요.

캔디 : 그렇구나. 고등학교 친구들도 안 만나요?

나윤 : 이제 연락도 안 해요. 연락처도 다 잃어버렸고, 제가 연락할 생각도 아예 없고요. 그들하고는 너무 안 어울렸으니까요. 제가 아예 인간관계를 거의 끊었었기도 하고요.

캔디 : 지금은 게임 하며 지내지는 않는 거예요?

나윤 : 저 게임 끊은 지 되게 오래 됐어요~

캔디 : 게임은 왜 끊었어요?

나윤 : 돌이켜보니까 제가 자신에게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아직도 생각하지만 당시의 제가 너무 싫어요. 그렇게 정신 못 차린 그 세월이...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게임은 끊었어요.

캔디 : 그럼 계속 그렇게, 대학 다닐 때에도 커뮤니티 같은 데에는 안 나가고 있다가 대학 졸업할 때쯤 돼서야 나간 건가요?

나윤 : 그렇게 되나요? 그러고 보니 저 올해 졸업했어요.

캔디 : 아, 올해? 그럼 대학 다닐 때 나간 거네요?

나윤 : 아닌데? 잠시만요. 아, 그러니까 대학 졸업하고 나서, 제가 이번에 사이버 대학 한 군데에 편입을 했거든요. 뭐라도 하고 싶어서요. 그러니까 전에 다니던 대학은 졸업하고 나가기 시작한 거예요. 새로 가는 대학의 오리엔테이션 하던 날이 A 커뮤니티가 모임을 하는 날이었어요. 그날 나가게 된 거지요.

캔디 : 그런데 왜 갑자기 나가기로 결심한 거예요? 그 전까지는 그냥 숨어 살다시피 했잖아요.

나윤 : 네. 숨어 살긴 했는데, B 커뮤니티에서도 그렇고 항상 게시판에 글을 쓰고는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몇몇 사람들이 쪽지 보내면서 조언을 해주잖아요. “직접 당사자를 만나 봐라. 그래야 너 자신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고, 클 수 있다.” 네. 저도 알지만 그 전에는 정말 두려웠어요. 그게 너무 두려웠어요.

캔디 : 어떤 게 두려웠을까요?

나윤 : 사람을 만난다는 그 자체요. 나의 확실하지 않은 정체성도 그렇고, 그동안 다른 사람하고 거의 관계가 없었기도 하고 얘기도 안 했었고 그러니까요. 하여튼 사람을 만난다는 거 자체가 너무 두려웠어요. (모임이 있던) 그날도 되게 고민했어요. 오리엔테이션 끝나고 그 자리에서 좀 일찍 나왔어요. (모임이 열린 장소인) K 술집 앞에서 한참 동안을 서성거린 거예요. “들어가야 돼 말아야 돼?” 그러다가 결국엔 맘먹고 들어가게 되었고,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네, 좋더라고요. 그때부터 이제 조금씩 조금씩 밖으로 나오게 된 것 같아요. 저를 끄집어내게 된 것 같아요.

캔디 : 우와~ 멋지다. 나는 트랜스젠더 관련한 행사 자리 어디를 가든 나윤이 있어서 “저 친구는 누구지?”라며 되게 궁금해했었거든요. 다른 사람들한테도 반갑게 인사하고 잘 어울리고,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는 거 같아 보였고요. 그래서 이전까지 누군지 되게 궁금했어요.

나윤 : 아, 그래요?

캔디 : 네, 네.

나윤 : 저 별로 간 자리가 많지 않는데요?

캔디 : 제가 간 데마다 있었는데도요? [웃음]

나윤 : 아, 그래요? 그런가? 그랬구나. 음~ 그래요? 하긴 최근 들어서 트랜스젠더 쪽 행사에 거의 나갔으니까 그럴 거예요.

캔디 : 커뮤니티에 나오기 시작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본인 스스로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나윤 : 우선 사람들하고 조금씩 관계를 만들기 시작하게 됐던 게 가장 크고요. 그러면서 조금씩 제 자신을 찾게 된 거 같아요. 근데 문제는 A 커뮤니티도 굉장한 보수적인, 그런 시선이 있어요. 굉장히 그런 게 있어요. “트랜스젠더(mtf)는 예뻐야 된다? 여성스러워야 된다?” 그런 게 없지 않아 있어요. 그전까지는 몰랐죠. 저희는 가끔씩 그런 이야기를 한답니다. 트랜스젠더 자신들이 트랜스젠더에 대해 편견이 있다는 걸 A 커뮤니티 안에서 새로이 보게 되죠. A 커뮤니티 안에서도 예쁘지 않으면 안 끼워줘요.

캔디 : 나윤은 끼워주잖아요?

나윤 : 저도 잘 안 끼워줘요. 다른 애들을 안 봤군요!!

캔디 : [속삭이며] 그렇게 예쁜 애들이 많아요?

나윤 : 엄청 많은데! 하여튼 가장 크게 저를 꺼내게 된 계기는 커뮤니티에 나가면서부터예요. 그래요, 그렇게 조금씩 저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그러고 싶어요.

캔디 : 어떻게 발전시키고 싶은데요?

나윤 : 나중에 성별변경까지 하는 것도 있고요. 수술도 하고요.

캔디 : 그 다음에는요?

나윤 : 음... 우선은 그것들이요. 저는 다른 모든 수술을 다 떠나서 행복하지가 않아요. 아직도 그래요. 솔직히 지금도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어요. 그렇지만 앞으로는 저의 그 행복을 찾고 싶다고 상담 받으며 말했던 적도 있어요. 그 과정에 있는 게 수술이 되고, 그리고 무언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될 거예요, 분명히.

캔디 : 그렇군요. 그럼 하고 싶은 것 중에 수술은 찾았고,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나 직업은요?

나윤 : 그건 아직 못 찾았죠. 근데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다고 해도 제가 행복할지는 아직도 장담을 못 해요. 그래서 저는, 상담을 하고 싶고 저를 찾고 싶어요. 저번 마지막 상담 때에는 이야기를 하다 무언가 굉장히 큰 걸 깨달았어요. 이제 내 자신을 인정해야 될 때가 온 거예요. 쭉 이렇게 엉키고 엉키고 계~속 엉키다가, 다시 제 자신을 돌아온 거예요. 상담을 하면서 여기에 다다라서 깨달았어요. 이제 나를 조금씩 알고, 내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을 해야 된다는 것을요. 그걸 이전에도 어쩌면 알고는 있었는데도... 최근에 그런 걸 굉장히 크게 깨닫게 되었어요.

캔디 : 멋진데요~!

나윤 : 멋진가요, 이게?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