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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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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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인5. 앞으로는?: 함께할 분들이 늘어났으면 하고, 애정 있게 지켜볼 것 같아요


수은 :  이게, 인식조사 팀에서 비트랜스젠더 당사자 질문지 못 잡은 것도 사실 되게 그렇죠… … . 그래서 그 설문조사, 인식조사 하는 거 엎어지고 ‘아, 나도 관심이 없구나’, 그러고서 ‘관심이 없구나. 아, 그렇구나’하고 그 다음에도 계속 조각보 활동 계속 했잖아요. 그때는 거기에 대해선 더 생각을 안 한 거예요?


리인 : 음... 음... 음...


준우 : 아마 수은이 물어본 그 시기쯤에 인상적인 단어 중에 하나가 세미나 한다고 했잖아요.


리인 : 아, 네.


준우 : 그건 되게 자발적인 어떤 노력 같이 저한텐 들렸어요. 잘 안된 걸로는 알고 있기는 하지만요.


리인 : 아, 왜냐면 같이 하기로 한 분은 책을 읽길 원했고, 저는 그때쯤 인터뷰 팀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인터뷰를 듣는 게 더 저한텐 도움이 됐기 때문에, 제가 책으로 공부, 습득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요. 책을 안 좋아하고. [웃음] 그때는 트랜스젠더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되게 좋았어요. [웃음] 그런 인터뷰를 듣는 것만으로 더 도움이 됐어요. 그냥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생활을 해 왔고, 그런 거 신경 안 쓰게 쿨하게 신경 안 쓰는 분은 안 쓰는 부분이고, 뭐, 되게 예민하게 구는 분은 예민하게 굴 수 있는 부분이고, 그런 거를 오히려 인터뷰를 통해서 더 많이 알게 되었고요. 그래서 인터뷰도 나가겠다고 한 거고, (트랜스젠더의) 주변인들 인터뷰를. 그래서 나가서 많이 좀 알게 됐죠.


준우 : 아, 그랬었나요? 당사자 인터뷰는 안 갔었죠? 그게 처음에 리인이 당사자 인터뷰보다는 주변인 인터뷰 하고 싶다고 그랬지 않았어요?


리인 : 네, 그거는 당사자가 부담스러워서가 아니라 주변인 그분을 알았는데 그분에 대해서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에요. 그 부모님을, 부모님을 알고 있었어요. 근데 그분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들어볼 기회가 없었고 들어보고 싶어서 갔던 거였는데, 그러고 나서 캔디가 “어, 리인 잘했으니까 이번에 다른 주변인 분 나가 볼래요?" 시간 맞는 게 나였고 그래서 간 거죠.


준우 : 음, 그리고 그 두 번째 인터뷰 같은 경우 상대방이, 그러니까, 여성들이 인터뷰를 와 주길 바랐었잖아요.


리인 : 음, 그래서. 그래서 와장창 깨졌죠. [크게 웃음]


준우 : 아무 갈등이 없어서요.


리인 : 되게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준우 : 그러네요… .


리인 : 참, 질문지 보니까, 생각나는 건데, 트랜스젠더 활동하고 레즈비언 활동하고, 어... 뭐, 등등 있던데. 뭐라 그래야 되지? TG운동을 내가 왜 해야 되는가 고민이 좀 있어요.


준우 : 음, 고민이...


리인 : 그러니까, 그러니까 비당사자가 트랜스젠더 활동을 해야 하는 게 맞는 것인가 혹은 당사자만 해야 되는 건가?이런 식의 고민이 좀 있었는데요, 뭐랄까... 그건 그냥 조각보가 잘 하고 있는 거 같아요. [웃음] 에, 처음에는 그 생각을 했어요, 왜, 왜, 왜 트랜스젠더 활동을 이 사람들이 하지? 이런 생각을 좀 했는데, 기본적으로 기반이 없었고, 판이 만들어지는 걸 여력이 되는 사람들이 한 다음에,그 판이 만들어지면 그 안에서 TG 당사자들이 좀 더 많이 혹은 좀 더 소리를 높여서 하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었고, 그걸 조각보가 잘  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했죠. 뭐, 워크숍이라든지 인터뷰라든지 인식조사 등을 통해서. 인식조사 팀은 아니고, 인터뷰 나가면서 인터뷰 하신 분들이 “아, 조각보 활동 하고 싶다, 이런 거 있냐, 이런 거 되게 좋다”라고 말했을 때 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지만 일단 손을 내밀면 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거 같아요. 난 손 내민다는 말을 되게 싫어하거든요. 그, 각자 악수하듯이 손을 먼저 내민다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 치워! 이런 생각이 드는데. 판이 만들어지는 건 여건이 되는 사람들이 하는 거고, 그 판이 만들어지면 그 안에 들어와서 하면 좋겠다라는. 그래서 내년엔 오히려 진짜 트랜스젠더 당사자 분들이, 그니까 올해 조각보를 보고 함께 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되게 많이 늘어날 것이며, 좀 더 큰 판이 벌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해요. 기대도 하고.


준우 : 그러면, 아주 불편한 질문 하나로 넘어갈게요. 그러니까, 내년엔 다른 역할을 맡았잖아요. 거기 어쨌든 업무가 많은 건 알아요. 거기 올인해야 하는 건 알겠지만, 정말 마음이 있었다면 조각보 계속 할 수 있었을 거예요.


리인 : 음... 네. 그 생각해요.


준우 : 그렇지만 어쨌든 선택에 있어서, 내부의 선택, 조직 내부의 선택도 하겠지만 개인의 어떤 결정이기도 한 거잖아요.


리인 : 그 생각 들어요. 저도 되게 그거에 대해서 죄책감이 많았었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정확하게 말하면 조각보를 이제 그만 두죠. 그래서 내년부터는 다른 일을 시작하죠. 비온뒤무지개재단에서요. 처음에 제가 (조각보에서)1년 내내 힘들다는 얘기를 했잖아요. 1년 내내 힘들다는 얘기를 했는데, 왜 힘든지에 대해서 설명을 잘 못 했고, 그러면서 말 정도에, 8월이었는가 9월이었는가 그때 정도에 “그럼 리인은 내년에 그만 둬라” 라는 얘기를 들었고 되게 해방, 홀가분했어요. 홀가분하고 이 괴로운 걸 안해도 돼 했는데, 이제 와서 좀 아쉬운 거예요. 그거는 좀 그런 거 같아요. 음, 인식조사 팀이라는... 내가 실무적으로 어려웠나라는 생각 했거든요? 실무적인 거? 근데 그건 안 어려웠어요.


준우 : 응, 실무적인 쪽이 어려운 건 아니었던 거네요.


리인 : (실무는) 오히려 해도 굉장히 즐겁게 했어요. 근데 어려웠던 거는, 저도 잘 모르는데 이끌어 가야 된다는 그 위치에 대한 부담감과 인식조사가 나한텐 너무 어려웠다라는 부담감인 것 같아요. 너무 어려웠고, 매회 회의가 한 번도 깔끔하게 끝난 적이 없었고, 그런 거에 대한 좌절감이요. 항상 사람이 못 하, 못 하기만 하면 되게 힘들잖아요. 그런 거에 대한 것 때문에 힘들었는데. 어, 그것 또한, 내가 그 생각도 들었어요. ‘내가 이 조각보 사람들과 많이 못 친해져서 그런가?' 오히려 막판에 우리 워크숍 갔잖아요. 그때 수은이랑도 준우랑도, 사람들하고 다 친해지고 신나게 놀고 나니까 너무 아쉬운 거예요. 왜냐면 내년엔 이 사람들하고 같이 못 논다고, 내가? 이러면서 너무 아쉬운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준우랑 수은은 더 편해지니까. 수은하고는 개인적인 얘기도 하면서 그래서 더 좀 더 쉽게 조각보에 대한 논의를 했을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좀 들고. 그래서 이제 와서 좀 애정이 더 남죠.


수은 : 그럼 하세요. [다들 웃음]


리인 : [웃음] 대답은 못 하겠어요. 근데 확실하게, 어... 1년 동안 내가 그렇게 열심히, 내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보다 내년에는 좀 더 애정 있게 바라보면서 지켜볼 거 같아요. 홈페이지를 진짜 그냥 뚜둥 들어가서 읽는다든가 혹은 생사에 놀러간다거나 그런 식의 뭔가 애정이 지금보다 더 있을 거 같아요. 끊임없이 준우와 수은을 보면서 “잘 하고 있어?" 이렇게 물어보고.


수은 : 근데 리인이 일하는 비온뒤무지개재단은 뭐 하는 데예요?


리인 : 재단인데요.


수은 : 그럼 뭘 해요?


리인 : 어, 성소수자 활동...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어 이런 이야길 지금 해도 될까요? 그냥 뭐지, 활동하면서 되게 성소수자 인권활동이 돈에 대해서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잖아요. 예를 들면 작은 소규모 동아리라든지 이런 식의 단체, 그런 것들은 다들 자기 재산으로 해야 되고, 우리도 항상 아름다운 재단에 떨어질까 붙을까 떨어질까 붙을까를 항상 이렇게 마음을 졸여가면서 활동을 이어가기 때문에 이 활동이 이어지는 것은 결국 돈인 거예요. 그래서 좀 더 이 혐오에 맞서서 성소수자 인권활동이 좀 더 부흥되기 위해서 그 돈을 마련해 보자로 시작되었고요. 그러면서 좀 더 부가적으로 생긴 거는 이성애자들한테 돈을 받으면서 그들이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한다면 당연히 후원할 수 있게끔 그것도 좀 더 구체적으로 세워진 거죠.


수은 : 누구한테 돈을 주나요?


리인 : 재단으로요. 돈을 받으면...


수은 : 재단이?


리인 : 매번 그 사업이 다르겠죠. 예를 들어 재단 같은 경우는 변화의 시나리오, 개미 스폰서 이런 다양한 게 있잖아요. 뭐, 어린이한테 주는 재단, 청소년한테 주는 재단, 청소년한테 주는 재단이 있으면 뭐, 청소년 재활, 청소년 방과 후, 청소년  뭐, 보건, 청소년 의료 이런 게 다 나눠지잖아요. 우리도 다 나눠지겠죠. 해서 이렇게 성소수자를 기반으로 해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할 수 있고, 혹은 아니면 사업을 지원할 수도 있고, 아니면 퀴어문화축제를 지원할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긴급적인 구호를 지원할 수도 있고, 아니면 교육을 마련해서 할 수도 있고.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거지요.


수은 : 교육 가지고 하는 건 힘들겠어요.


리인 : 근데 꼭... 그렇긴 해요.


수은 : 그게 솔직히,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저는...인식조사 하기 힘들었고, 그니까 하여튼 힘들었다고 말할 때 인식조사 해본 적도 없고 그걸 만드는 것도 사실 어려운 작업이고. 그래서 그리고 뭐, 실무자로서 끌어나가는 위치에 있어야 되는 게 이제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이제 결정을 해야 되는 이런 식의, 사실 역할이 딱 정해진 것을 못한 것은 있고 그런데. 딱 옆에서 보면, 그런 식으로 말을 했잖아요. 근데 옆에서 보면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들어요, 솔직히. 어... 그니까 그 컨퍼런스 하고 워크숍 하고 그 두 개 할 때, 컨퍼런스도 열심히 하고 워크숍도 방에 들어가고 할 때, 하면서 그때 어려운 게 그냥 실무자 위치에서 어렵다거나 인식조사 어렵다거나 그게 아니라, TG 활동을 어려워한다고 느꼈거든요, 솔직히. 그래서 재단 가고 할 때는, 사실 재단 일이 더 힘들, 사실 거기서도 이제 성소수자라고 하면 TG 활동과도 어떻게든 계속 맺고 그럴 텐데. 이제 그게 더 큰일이다 생각도 들고. 그러니까 그게 그냥 좋은 역할을 생각만큼 잘 하지 못하거나 익숙하지 못한 일을 하거나 그렇다기보다는 그냥 TG 활동을 어려워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면 말고요.


리인 : 으응, 아니, 아니에요.


수은 : 그니까 1년 동안 어렵고 힘들어했잖아요. 힘들다고 말했었죠. 근데 그게 그냥 실무자로서 힘든 거만은 아니었다고 생각을 했어요.


리인 : 실무자로서 어렵진 않았어요. 근데 뭔가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슈들을 계속 뭔가 생각해야 되고, 어디까지 생각해야 되고, 그런 걸 되게 잘 몰랐던 거죠. 예를 들어서 인식조사를 같은 경우 할 때에도 질문을 막 짜는데 이 질문이 맞는지 해도 되는지 안 해도 되는지에 대한 판단이 안 섰던 거예요.


수은 :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리인 : 네! 예를 들면, 인식조사엔 굉장히 피씨한 사람들이 모였다고 [웃음] 생각했기 때문에, 피씨 안 한, 피씨하지 않은 문제나 아니면 설문지 자체가 굉장히 트랜스젠더를 뭐, 표준화? 하여튼 뭐 이런 식의 상징화시킨다든지 그런 식으로 흘러가면 안 되고요. 그런 식의 고민인 사람들이 이미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굉장히, 어떻게 보면 그들이 보기에는 폭력적인 생각을 되게 많이 했을 수도 있죠. 이렇게도 질문할 수 있고 저렇게도 질문할 수 있고, 이런 식의 질문들이 좀  있었고요. 근데 그런 게 다 쳐내지는 스타일이었고, 뭐, 그런 거? 좀 어려웠던 거 같아요. 처음에 한채윤 님이 나한테 인식조사 팀에 들어가라 했던 이유는 네가 굉장히 더 오히려 대중의 시선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질문을 많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힘들었던 거 같아요. [웃음] 그 안에 그, 왜냐면 저는 괜찮던데 너무 많아서 막, 그니까 욕 먹는 질문을 해보는 걸 하지 않고 욕 안 먹고 인식을 잘 조사할 수 있는 설문지를 짜기 되게 어려웠던 거죠. 그러다 보니까, 그니까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거. 아니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느낌보다는, 내 의견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괴로움? ‘내가 이렇게 말하면 되게 폭력적일 거야. 내가 이렇게 말하면 되게 설문지의 질문에 들어가는 건 아니겠다.’ 혹은...


수은 : 어떤 게 있어요? 하나만.


리인 : 사실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요. 왜냐면 너무 그때 기억이 너무 긴장이 됐기 때문에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수은 : 무슨 느낌인지 알 거 같아요.


리인 : 아, 아무튼 그래서 좀 어렵기도 했고요. 아까 전에 말했던 워크숍 같은 건 진짜 트랜스젠더 혐오인지 남성 혐오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부분에 대한 어떤 걸 수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