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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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글을 읽고 여러분의 이야기도 함께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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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인1. 운동: 어떻게, 왜 시작했나요?

준우 : 자 그러면, 지금 하시는 활동 이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어요?


리인 : 저는 트랜스젠더 삶의 조각보 만들기 프로젝트(이하 조각보)에 동참하기 전엔 19살 때부터 24살까지 퀴어뱅이라고 하는 십대 여성 거리이동상담을 했습니다. 거리에서 여자 성소수자 친구들을 만나 상담을 해주는 활동이었어요.


준우 : 몇 년 전부터 얼마나 하셨어요?


리인 : 네. 19살 때부터 24살까지 했으니까, 정확히 신촌공원에서 상담활동을 한건 한 4~5년 정도고요. 그 다음에 1년 정도는 사람들이 일반 청소년이라고 말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단체에 가서 섹슈얼리티 교육을 했어요.


준우 : 그것 때문에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랑 연결이 되었군요?


리인 : 네.


준우 : 그래서 현재 그곳에 취업을 하게 된 건가요? [웃음]


리인 : 네, 그리고 그거 말고도 다양하게 했어요. 퀴어문화축제 기획단도 했고, 레주파라고 레즈비언 라디오 디제이도 잠시 1년 했고, 최현숙 선본에서도 활동을 조금 했고, 이것저것 다양하게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지냈던 거 같아요.


수은 :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신 거예요?


리인: 글쎄, 사람들이 말하듯이 막 운명처럼일 수도 있는데, 중학교 때부터 신촌공원에 나가서 놀았어요. 엄청 열심히 놀다가, 진짜 휘황찬란하게 놀다가 고등학교 때 좀 쉬고, [웃음] 좀 쉬고 우연히 그냥 좀, 좀 힘들었어요, 그 때. 진로에 대한 걱정이 좀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피아노를 한 십 몇 년씩 쳤었는데 그거를 그만 두고 뭘 해야 될까 좀 고민을 하고 좀 우울한 시기에 그냥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러 나갔고. 그때 우연히 거리이동상담하는 분, 저보다 먼저 (상담을) 시작하신 분들이 활동 실태조사 때문에 (상담을 시작하기 전에) 나올 때 만나서 자원활동가로 활동하고 반상근자 하고 상근자로, 이렇게 몇 년 동안 하게 된 거죠.


준우 : 그럼 주변에 다른, 학교 친구들은 진학을 했을 나이였겠네요?


리인 : 네. 그래서 그때 진로를 좀 정하고 상담이나 사회복지 쪽으로 배우면 재밌겠다 싶어서 대학을 사회복지 전공으로 갔어요. 2년제를 갔다가 2년 동안은 반상근자리로 센터와 학교를 왔다갔다 하고 졸업하고 나서 바로 상근을 하게 된 거죠.


준우 : 근데 그러면 퀴어뱅 하면서 또래들의 젊은 사람들 이렇게 많이 만나던 그때도 트랜스젠더들을 만났겠죠?


리인 : 네. 그때 친구 한 명이 있었고요. A라고 친구가 있었어요. 어... 그냥 편하게 말할게요. 신공에서 만난 애들 중에서, 친하진 않고 그냥 왔다갔다 하는 애 중에 하나 있었는데요. 음, 음... 자신이 남성이라고, 여성의 몸을 갖고 있지만 자신이 남성이라고 말하는 친구를 스치듯 본 적이 있어요. 근데 그 친구가 워낙 말을 많이 하거나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고 굉장히 잘생긴 미모여서 인기쟁이였기 때문에 그냥 어, 신공에도 저렇게 정체화할 수도 있는 애도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그냥 신기하게 봤던 게 기억나요.


준우 : 아, 그 분은 처음부터 커밍아웃을 했던 분인가요?


리인 : 아니오. 처음엔 그냥 레즈비언으로 알고 있었던 거 같은데, 본인이 점점 이상하다고 느꼈나 봐요. 그런데 제가 그 친구를 모르거든요, 이름도 모르고. 그 친구도 절 모르는데, 그 친구의 친한 친구를 알아요. 그래서 그 애의 얘기를 (전해)듣게 되는 경우였고. 그 친구가 처음에는 레즈비언이라고 그랬는데 점점 자신을 남자라고 설명한다는 고민을 들었죠, 그분의 친구한테.


준우 : 지금 기준으로 말고, 그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트랜스젠더에 대한 생각은 어땠어요?


리인 : 어, 되게, 이것도 커밍아웃이라고 해야 되나? 그... 신공에서 만났던 친구는 TG라고 읽히기 보다는 그냥 잘 생겼다 이렇게 생각됐죠. 왜냐하면 제가 그 아이에 대해서 전혀 모르니까, 그냥 잘 생긴 인기쟁이로만 알고 있었어요. 또, 저렇게 생각할 줄 아는 아이가 있네, 똑똑하다, 그런 생각도 했고. 친구였던 B의 경우는, 그때 운동 공간에 처음 들어왔을 때라 ‘아, 저런 건 다 이해해야 돼’라고 생각했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걔를 TG로 읽었는지 부치로 읽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나중에 트랜스젠더 관련 운동을 하면서 고민을 되게 많이 했어요.


준우 : TG로 봤는지 안 봤는지 근원적인 질문은, 그러니까 본인한테는 상대방 성별 뭐였는가 그거잖아요. 그 당시에는 성별에 대한 인식은 없었던 거예요? 그런 거 있잖아요, 눈앞에 있는 사람이 막 잘 생긴 부치 같아 보이는 이런 경우요. 그런데 무의식적으로 계속 ‘아, 저 사람 남자야, 저 사람 남자야’라고 막 머릿속으로 되뇌이는 시기가 또 있잖아요.


리인 : 그러진 않았어요. 그냥, 쟤가 남자니까 남자다. 그거 한번 인식한 이후로는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고요. 그랬는데 조각보 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제가 남자들한테 굉장히 불편함을 갖고 있더라고요. 일반(이성애자) 남성들한테 굉장히 불편함을 느껴요.


준우 : 그래요?


리인 : 네. 그리고 사석에 있을 때 되게 불편함을 느끼고 어색했는데, 어... ‘왜 쟤(B)한텐 적용이 안 되지?' 라는 고민을 했어요. ‘왜 내가 걔를 불편해하지 않았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준우는 왜 안 불편하지?' 진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최근에 어떤 파티에 갔는데, 남자들이 되게 많은 파티에 갔어요. 너무 불편했고 힘들었는데, 한 분 같은 경우는 안 불편했거든요. 그 분이 되게 예술가인데 퀴어 같은 느낌? 퀴어는 아닌데 퀴어한 느낌? 머리가 되게 길고.


준우 : 아, 그 파티가 퀴어들이 모이는 파티가 아니었어요?


리인 : 네, 아니었어요. 일반들이 모이는 파티였고. 그런데, 그분은 안 불편한 거예요. 그래서 ‘내가 불편해하는 대상은 건 꼰대 마초인 건가?’ 하는 생각까지 온 상태였어요.


준우 : 군대 이야기를 과시한다거나, 그런 건가요? [웃음]


리인 : 글쎄, “내가 나이를 먹어봐서 아는데” 이런 얘기는 별로 많이 안 하잖아요. 그런데 진짜 그 파티에선 “내가 이 나이가 되어서 아는데”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가지고 힘들더라고요. 어쨌든 지금에 와서는 내가 그 아이가 트랜스젠더여서 불편했던 것과 남자여서 불편했던 것 사이에서 고민이 계속 되는 거 같아요.


준우 : 그러면 그때에도 뭐 트랜스젠더라서 이렇다라고 명확하게 정의를 하고 활동을 한 건 아니었네요, 그때만 해도. 그럼 본격적인 트랜스젠더 활동으로는 조각보가 처음이었어요?


리인 : 네. 트랜스젠더 관련된 사업은 조각보가 처음이죠. 주변에서 트랜스젠더를 보긴 보죠.


준우 : (트랜스젠더로부터) 상담도 계속 들어오고, 상담 전화를 받기도 하는 거고요.


리인 : 같이 활동하는 루인님도 계속 계셨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