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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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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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 병진 이력 재웅 하준2. ftm 커뮤니티에서 나누는 얘기는…

준우 : ftm커뮤니티 안에서 자기 외모 이야기를 자주 나눠요?

기우 : 많이 하죠. 호르몬 일기 같은 글 쓰는 게시판 있으면, 거기 이제 사진 올린다거나, '내가 털이 이만큼 자랐다' 글을 쓰면 ‘와~ 부럽다’ 댓글 달리고요. 또 '내가 수염이 몇 개가 났다'라 하면 ‘와~ 부럽다~ 어떻게 했어?’ 그런 식으로 자기 외모 얘기 많이 했죠.

하준 : 근데 보통 자랑보다 걱정이 많아요. 밖에 패싱되기에 괜찮은지에 대해서요. 자기가 봤을 때는 만족스럽지 않으니까 그렇겠죠.

준우 : mtf 커뮤니티에선 화장하고 드레스 입고 올린 사진들이 올라오긴 하잖아요. 근데 ftm 쪽은 자기 팔뚝 사진도 막 올라오고.

재웅 : 다리 사진 막 올리고.

준우 : 그리고 배 아래 털 사진도요.

기우 : 예. 배 털. 그래도 센스가 있으신 분은 "혐짤주의"라면서 적어놓더라고요. [웃음]

하준 : 얼굴 공개해서 올리시는 분들은 그걸 올리는 분들만 올리시죠.

이브리 : mtf커뮤니티에는 옷을 어떤 스타일로 입는다는 데에 대한 조언도 많이 올라오잖아요. ftm커뮤니티에도 그런 게 있나요?

다 같이 : 없어요.

재웅 : 어떻게 하면 근육을 더 키울 수 있을지 그런 얘기도 있고.

하준 : 오히려 여자 얘기 많지 않나?

기우 : 거의 여자 얘기.

재웅 : 여자 얘기.

하준 : 여자 만났을 때 어떻다는 얘기.

기우 : 근데 제일 많은 게 여자 얘기야. 그 다음에 많은 게 섹스 얘기.

준우 : 여자 얘기라는 게, 여자 만났을 때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하는가나 꼬시는 법에 대한 얘기예요?

기우 : '어떻게 하면 꼬실 수 있을까, 아니면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얘기가 가장 많은 편이에요.

재웅 : '어떻게 하면 만나서 커밍아웃까지 했을 때 그 여자가 받아줄 수 있을까?'에 대한 얘기도 많이 올라와요. 자기는 커밍아웃을 하고 싶은데 상대 여자가 받아줄지 아닐지 모르겠다라는 고민들도요.

이브리 : 조언을 해주고 그런 거죠?

재웅 : 저도 글만 봤어요. 제 경우에는 어차피 다 알고 연애를 해서… 저도 처음에 커밍아웃을 했을 때는 헤어질 생각을 했었어요. 왜냐면 본인이 감당을 못할 것 같다고 했었죠. 근데 제가 좀 약았던 게 이미 정이 깊게 들었을 때 제가 얘기한 거라 결국엔 못 헤어졌죠. 일 년 정도 만나고 나서 제가 얘기했거든요. 그냥 처음 만나서 두 세달 지났을 때 '이 여자랑 마지막까지 갈 수 있겠다' 싶어서 일부러 처음엔 말 안 했어요. 그래서 결혼한다고 말을 안 했었죠. 제가 나빴죠. 그러다가 이제는 본인이 스스로 B 커뮤니티 가입을 하기도 하게 되었죠. B 커뮤니티는 여자친구도 가입이 가능해요.

이브리 : 아, 여자친구 가입이 가능해요?

재웅 : 예. A 커뮤니티도 파트너 가입은 가능하고요. 상대가 가입해서 이런저런 글들 보기도 하고 주변 형들이 저희 집에 자주 놀러와서 술도 마시고 하니까 만나서 얘기 듣기도 하고요.

준우 : 형수님 제수씨 문화가 떠오르긴 하지만요. [웃음] 아까 섹스얘기 한다고 했는데, 섹스 얘기도 비슷한 맥락인 거예요? 그러니까 같이 잠자리를 했을 때 어떻게 잘 넘어가거나 안 들키는 방법에 대해서 팁을 나누나요?

기우 : 거의 주된 주제가 그런 거겠죠. 왜냐면 그 커뮤니티에 남아있는 사람들 대다수가 성기수술을 하지 않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성관계를 할 때 부담감을 안고 있죠. 불안하니까 커뮤니티에서 '어떻게 하면 안 들킬까? 어떻게 하면 될까?' 물어보기도 하고요. 테크닉도 물어보거나... 그런 얘기 많죠.

하준 : 보통은 (섹스 상대에게) 안 밝히고 싶어하니까. '잠자리에서 어떻게 하면 안 걸릴까?'에 대한 게 가장 많았던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조명은 무조건 꺼야죠.

재웅 : 일단 술을 마신다.

기우 : 만취해야 돼.

준우 : 근데 또, ftm들이 자기는 안 들켰다라고 막 자랑을 하는데, 그 상대 파트너 분은 사실은 알면서도 속아줬다라고 하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거든요.

하준 : 근데 알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경험이 있는 여자면...

이브리 : 커뮤니티에서 나누는 얘기는… [같이 웃음] 또 무슨 얘기가 있나요? 패싱을 어떻게 잘 할 것이냐 그런 것도 공유가 되는 편인가요?

준우 : 가슴 압박밴드에 대한 얘기라든지 패킹은 어디 것이 더 좋다더라 같은 정보도 나누나요?

기우 : 그런 얘기도 많죠. 압박조끼 같은 건 의류라기 보다는 생필품이라서 그 얘기도 많이 하죠. '어떤 게 숨 수기 편하다, 어떤 건 잘 쪼여주는데 숨은 수기 힘드니 조심해야 된다' 이런 거요. 압박조끼도 오랫동안 착용한 분 중에는 갈비뼈가 휘어지고 올라왔다더라는 얘기를 저도 들었는데요. 그거에 대한 다른 대안이 없는지에 대해서도 얘기 나누고, 그러다가 결국엔 (가슴)수술밖에 없더라...

준우 : 혹시 수영장이나 목욕탕 같은 공간에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얘기도 하나요?

기우 : 자주는 안 하는데 가끔씩 얘기 나와요. 근데 수영장은 이제 탑수술(가슴제거수술)을 안 하신 분들은 가기 힘든 곳이고요.

재웅 : 목욕탕 같은 곳은 은근히 긴장이 되긴 해요. 전 이번에 처음 가봤거든요. 친한 (ftm) 형네 커플이랑 저희 커플이랑 같이 새벽 시간 때 갔어요. 일부러 사람들 없을 때 골라서요.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둘이 떨면서 들어갔어요. 둘이서 패킹도 다 착용하고서도 덜덜 떨면서 가서 문 열고 후다닥 옷 갈아입고... 옷 무사히 갈아입고 나선 ‘무사히 넘겼다’ 이러면서 앉아있고...

이혁 : 탕에 들어간 건 아니었고?

재웅 : 탕에는 못 들어갔어요. 탕에도 한 번 들어가볼까 모험을 해보려고 했는데, 남자 카운터에 계신 사장님이 계속 왔다 갔다 하셔서 탕에는 못 들어가고 옷만 갈아입은 채 찜질만 하고 땀 씻는 건 집에 와서 씻었죠.

기우 : 근데 찜질방은 옷 색깔이 진짜 좋은 것 같아요. 찜질방 가면 여자 찜질복이랑 남자 찜질복이랑 색깔이 다르잖아요? 내가 남자 걸 입고 있다는 기분이 좋아요.

재웅 : 그렇지! 그 파란 색!

기우 : 또 워터파크 같은 데에서도 열쇠가 남자 건 파랑색, 여자 건 분홍색으로 다르잖아요. 그 구분이 늘 되어 있더라고요. 내가 파란 걸 차고 있으니까 "나는 남자다!"고 외치는 듯한 뿌듯함 같은 거랄까? 이전에는 그걸 못 누리고 항상 숨기고 가보지도 못 하며 살았으니까… 그게 되게 좋았죠. 신분증 같은 거죠.

재웅 : 남자 쪽 찜질방은 수건 많이 쓸 수 있어서 또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