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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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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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1. 많이 힘들 때 대화를 좀 많이 나누었더라면

준우: 소연하고 처음 만난 것부터 시작할게요. 어떻게 만나게 되었어요?

미라: 소연이랑은 중학교 때… 저는 원래 학원을 안 갔었거든요. 친구들은 다니는데, 같은 학원 다니던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되었죠. 처음에는 그냥 뭐... ‘쟤 뭐야.’ 그런. 생긴 거 딱 정말 날라리처럼 하고 다녔거든요. [웃음] 지금도 약간 키도 있고 덩치도 있잖아요. 거기다가 그때도 머리가 이렇게 짧지는 않았어요. 짧지도 않고 길고. 귀걸이 하고 다닐 때도 있고. 많이 긴 건 아닌데, 여자들 기준에서 숏컷 정도로 하고 다녔다고. 기르고 다니고. 말도 거의 없었어요. 말수가 없었던 거 같고 그래서 그냥 보고 그냥 쟨 뭐야? [웃음] 저건 뭐야?

수엉: 그러면 어떻게 하게 지내게 된 거에요?

미라: 학원에 여자애들 남자애들 다 섞여있는데 (걔는) 남자애들이랑 친했고 나는 여자애들이랑 친했고. 친구들끼리 친하다 보니까 다 같이 어울리게 된 거죠 그 땐 애들이 좀... 뭐라 그래야 되지? 그냥 어려서 귀여웠어요. 남자애들도 다 이렇게 성격이 드센 애들도 아니었고 순하고. 여자애들이 막 “아, 왜 그래!?” 그러면 “아니 그게...” 하는 그런 애들이어서 같이 있어도 따로 놀고 이런 게 아니라 서로 어울리고 다녔죠. 지금도 그냥 만나면 만나고 이러다 보니까 아직까지 만나고 있고... [웃음] 알고 지낸 사람들끼리만 도란도란 지내면 되지, 거의 이런 생각이 많은 아이들이라...

준우: 그땐 뭐하고 놀았어요?

미라: 카페에서 수다 같은 거 많이 떨고. 근데 걔는 그때부터 항상 옆에 누군가 애인을 만들어 두고 그래와서... 항상 애인 만나면, 친구들끼리 있다가 애인 있다고 가고. [웃음]

준우: 그때 소연이 밴드 할 때 였는데... 가봤어요. 그때?

미라: 아뇨. [웃음] 뭐, 노래방 갈 때 빼고는 뭐... 무대 올라가서 하는 거는 최근에 한번. 뭐 꼭 그런 공연을 보고 뭐 하고 해야 친한 건 아니니까. 알고 지내는 게 있으니까 뭐.

수엉: 정리하자면, 친했던 거라도 딱히 친한 건 아니고 계기도 딱히 없고.

미라: [웃음] 처음엔 그랬죠. 그래서인지 커밍아웃 그, 입으로 들은 거는 솔직히 말해서 얼마 안 돼요. 스무 살 초반 까지만 해도 몰랐죠. 뭐라고 해야 되지? 여성스런 성격을 가진? 약간 소심한?(아이구나) [웃음] 말을 그렇게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다른 애들이랑 어울렸던 것도 (아니고) 저도 많이 어울리지 않았고 그랬는데 거기에 한동안 걔가 이제 인천에서 살았을 때는 뭐 자주 보지도 못 했고 이랬으니까. 거기서의 일들은 저희들은 모르고 있었죠. 연락도 잘 안 되고 그러니까. (만난 것도) 1년에 한 두 번? 이렇게 보다가 올라온다고 하고 그때부터 자주 보기 시작하면서 얘기를 꺼낸 거죠.

준우: 어떻게 얘기 나왔어요?

미라: 친구들이랑 보자고 해서 그냥 만나서 카페 가서 얘기하고 그러다가, 그래서 갔더니, 되게 이렇게 한참을 뜸들이면서 이러고 있는 거에요. 한참을 막 이렇게 뜸을 (들여서). “너 뭔데 이렇게 폼을 잡아?” 이랬더니, “할 얘기가 있다. 굉장히 중요하다. 네가 어떻게 받아 들일 진 모르지만, 네가 어떻게 나에게 할지는 모르지만, 일단 말을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 말을 한다”라고 하면서... 나(소연)는 그때 이미 수술 끝난 뒤였고 “나는 여자고, 이미 수술을 한 상태이다. 호르몬도 맞고 있고. 그걸 네가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난 아는 것뿐만 아니라 이해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얘기를 했고.

저는 (전에는) 뭐... 그냥. 자주 만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제 호르몬 맞고 수술을 했으니 몸의 변화가 있잖아요? 살이 쪘다든지... [웃음] 그런 식으로 자기도 이렇게 애둘러 말했고, 그러니까 저도 그냥 뭐, 굳이 뭐, 살이 쪘다는데 거기에 대해서 워낙 할 말이 없잖아요. “살 좀 빼~ 왜 이렇게 살이 쪘어!? 예전 몸 어디 갔어~?” 이럴 수도 (없는 거고).

준우: 예전엔 어땠는데요?

미라: 예전에는 좀... 그니까 소연이가 들으면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굉장히 남자다웠어요. 얼굴형 자체도 각진 형이라서, 각진 게 딱 드러나는 형이라서 이목구비도 뚜렸하고, 그런 그냥 “쟤는 평생 여자만 만나다 죽을 거야” [웃음] 진짜 그랬거든요. “너는 평생 여자만 만나다 죽을 거야” 항상 이렇게 애인도 자주 바꾸고, 생긴 것도 그렇고 하고 다니는 것도 이렇게...

그렇게 얘기를 꺼내고 난 후에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더라고요. 아, 얘가 이전부터 그냥 그렇게 소심한 게 아니었구나. 그냥 소심한 성격이고, 약간 이렇게... 걔가 애인을 잘 사귀는 이유가 여자의 심리? 마음? 이런 거에 잘 캐치하고 잘 받아주는 성격이어서 그런가 (싶었어요) “너는 진짜 남자가 뭐... (여자 마음을) 공부하냐?” 막 이런 식으로. [웃음] 그게 공부가 아니고 그냥 자기가 그러니까 “아, 그런 거겠구나.” 하고 이해를 하고 넘어가거나 대화를 하거나,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게 알았던 것 같아요.) [웃음] 그땐 자기도 (왜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몰랐겠죠.

준우: 그럼... 커밍아웃한지 2~3년 된거에요? 저는 커밍아웃을 좀 더 옛날에 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미라: 3년도 안 되었을 걸요? 그 전까지는 좀... 멀리 떨어져 사는 경우도 많았고. 연락을 그렇게 자주 하지도 않았고, 본인 자체가 바쁘다 보니까 매일 만난 것도 아니니까요. 정말 자주 볼 때도 한 달에 한 번, 두 세 달에 한 번 이렇게 만나야 할 때가 많았으니까. 그러니 우리한테 숨기기는 쉬웠을 거라고 생각해요. 안 만나고, 가끔 만나고, 어쩌다 한번 만나서 “아니, 왜 이렇게 살이 쪘어~?” 이렇게 뭐. 성격이 워낙 그랬으니까. 그것(커밍아웃)도 나한테 제일 늦게 얘기했다고.

준우: 사실 우리가 준비했던 질문지에는 이런 게 있어요. 대학 시절 연애, 군대 가기 전에 그럴 때 상담을 했을까라고 했는데, 전혀 없었을 듯.

미라: 으응. 그런 거 없었어요. 그때 당시에는 걔한테 그랬겠죠. 그 부분은 나도 참 되게, 뭐라고 그래야 되지? 안타까워요. 그때 당시(20대 초반)에도 나도 내 성적 지향에 혼란을 겪고 있었지만 저야 뭐 그렇게... 군대를 간 것도 아니었고, 솔직히 나는 스스로에 대해서 뭔가 고민할 시간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소연이나 (다른 사람들은) 지금 보면 너무나 다들 고민이 많잖아요. 지금 알게 된 사람들 얘기를 들어봐도 다들 고민이 많고 커뮤니티 들어가도 뭐가 고민이고, 뭐가 고민이고 고민이 많은데, 그때 내가 조금만 더, 더 친…했더라면, 좀만 더 자주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었더라면. 솔직히 말하면 상상은 안 가요. 걔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안 가요. 많이 힘들었다는 건 이해할 수 있는 거니까. 알 수 있는 거니까. 그때 좀 대화를 좀 많이 나누었더라면... 걔가 조금은 덜 힘들지 않았을까, 조금은 마음을 놓고 지내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