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름을 클릭하면 연재 중인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글을 읽고 여러분의 이야기도 함께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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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4. 트랜스젠더의 경험을 같이 겪는 여러 사람이 있다는 것은

미라: 처음에는 인터뷰 한다고 해서 엄청 걱정했어요. 내가 말하는 게 뭔가 도움이 되긴 할까? ‘얘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러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 많이 했거든요.

준우: 진정성 있게 느껴졌어요. 특히 처음에 도울 생각으로 시작했어도 지금은 같이 즐기신다는 말씀도 인상 깊었고요

미라: 내가 여자니까 도움을 줄게요. 이런 생각. [웃음] 되게 웃긴 거잖아요! 가면 갈수록. ‘내가 너한테 도움을 줄게.’ 내가 거기서 그러는 것도 솔직히 엄청 웃긴 거죠. 대놓고 사람 무시하는 거잖아요. 내가 같은 입장이었으면 똑같이 생각했을 거에요. 그런 사람이 있다면 대놓고 욕을 하진 않아도 ‘누구세요.’하고 대놓고 따지긴 할 것 같아요. 처음엔 저도 ‘아, 내가 도움을 줘야 되는 사람이구나.’까지는 아니더라도, ‘아, 내가 이 사람한테 뭔가 도움이 되어야 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그런 게 있었는데. 그게 계속 되다 보니까, [웃음] ‘어차피 이 사람들은 여자고 내가 이 사람들한테 도움을 줄 건 없어.’ [웃음] 이렇게 되는 거죠. 나랑 얘기했을 때 뭔가 대화가 안 통하거나 뭔가 이어지는 게 없으면 ‘이건 이렇지 않을까요?’ 하고 말해줄 게 있으면 모르겠는데, 그런 게 전혀 없어~ 대화가 너무 잘 통해!!! [웃음] 그러니까, ‘야. 뭘 도와주라는 거야?’ 중간에 그런 생각을 했어요. [웃음] 내가 이 사람들에게 뭐가 도움이 된다는 거지?

소연 생각을 잠깐 이해를 못 했어요. 내가 뭐. 얜 무슨 생각으로 날 여기 들인 거지? 내가 뭐 심리상담사여서 내가 상담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는 커녕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게 생겼는데. 에휴~

준우: 아, 이건 별개로 묻고 싶었는데 편지 낭송회(조각보 편지 낭송회 부치지 않은 편지)에 왔잖아요. 어땠어요 그 때?

미라: 그 때 나 울 뻔 했어요. 듣자 마자. 그 편지 낭송하는 분이 앞에서 계속 낭송하는데 나도 모르게 계속 소연한테 계속 눈이... 난 그 이야기를 알고 있으니까. 계속 보게 되더라구요. 그 때 진짜 눈물 날 뻔 했어요. 많이 알고 있진 않아도 공감되는 건 있잖아요. 이해할 수 있는 게 있고 공감되는 게 있으니까. 소연이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얘기할 때도 짠하더라구요 왠지 모르게.

준우: 사실 미라 씨처럼 예전엔 뵐 수 없었던, 지인분들이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했어요.

미라: 으응… 솔직히 모든 편지가 공감이 되고, 감동을 주는 건 솔직히 아니었어요. 그냥 이런 일이 있고 이런 사람이 있고 다른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라는 것 까진 알겠지만 거기에 대해서 깊게 공감하거나 이런 건 없었는데, 확실히 뭔가는 있는 것 같아요. 모르는 것보단 아는 게 낫잖아요. 같은 트랜스젠더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이런 걸 겪은 사람이 있고. 뭐, 나도 트랜스젠더의 친구지만 ‘다른 트랜스젠더의 친구인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고 알게 되니까 어느 정도 그렇게 막 응. 막연히 솔직히 난 두려움이 있었거든요.

준우: 음… 본인이 잘 하고 있나? 그런 거요?

미라: 어,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그 사람들이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궁금해하듯이 나도 그렇잖아요. 나도 처음 본 사람들인데. 그렇다보니까 막 거기에 대해서 되게 뭔가… 나도 솔직히 소극적으로 좀 하는 게 있거든요. 앞에서 막 적극적으로 행동 했어도 소극적으로 뭔가, `아 저 사람이 날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막 이런 심리 있잖아요. [웃음] 그러다가 거기서 트랜스젠더 친구가 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트랜스젠더가 겪는 경험을 같이 겪는 사람이 친구 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있고  여러 사람들이 있다는 것, 생각만 하고 있던 걸 거기서 느낀 거죠.

솔직히 말하면 어느 매체를 봐도 트랜스젠더가 밝은 모습으로 비춰지는 게 별로 없잖아요? 다들 고민하고 막 아파하고. 이런 게 주로 나오다보니까 내 친구도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잖아요. `공중매체에 나오는 게 그런 내용이니, 내 친구도 이런 걸 겪을 거야. 근데 내 친구가 어울리는 사람들이 다 그런 사람이야. 그럼 얼마나 더 어두워지고 더 아파지고 얼마나 더 폐쇄적이게 될까?` 했었는데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것도 깨지고, 그런 마음이 없을 수가 없고 그런 사람이 없을 순 없겠죠. 없을 순 없지만 다들 밝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다들 뭔가… [웃음] 자기 일을 찾아가면서 하고 싶은 거 찾아가면서, 그냥 사람들 살아가는 대로 사는 거죠. 사람이니까. 사람이 사는 게 다 똑같지 뭐. [웃음] 혼자 막 집구석에서 나 언제 일하지~ 막 이러고. [웃음]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으니까. 만나다 보면 이 사람도 그냥 이 사람이고 저 사람도 저 사람이고.

물론 아직 말하는 거에 대해선 한 번 더 생각하고 조심하는 건 있어요. 그렇지만 그 외의 것에 대해서 뭐… 내가 조심할 게 없는데? [웃음] 만날수록 그렇잖아요. 만날수록 내가 조심해야 되고 숨겨야 되고 막, 더 신경 써줘야 되고 이런 게 없어져요.

수엉: 마지막 질문. 오늘 어땠어요?

미라: 오늘? 아유 즐거웠어요. 즐거웠지 즐거웠지~ 수다 떨면서 이야기도 하고 [웃음] 솔직히 말하면 올 때까지만 해도 ‘인터뷰 막 되게 딱딱하게 하는 거 아니야?’, ‘무슨 말을 해야 될까?’ 이렇게 고민을 약간 했거든요. 그러면서, ‘질문지를 한번 받아볼까?’ 하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렇게 되면 솔직히 그 질문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생각을 하다보면 살이 붙고 그러다보면 그것도 좀 아닌 것 같아서 (안 보길 잘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