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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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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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우1. 처음에는 되게 똑똑하게 생긴 보이시한 매력을 지닌 여자애로 생각을 했죠.


캔디 : 친구 분 하고는 어떻게 만나게 되셨어요?

영우 : 대학교 동기인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할 때에 같은 과, 같은 반, 같은 조라서  친구가 됐어요. 뭔가 학교에서 짜주는 집단에 속해있는 게 익숙해져 있는 상태에서 대학교 물 먹기 전에 만난 친구니까 고등학교 동창 같은 개념도 있죠. 오티 기간 때 약간 튀긴 했어요. 외모적으로나 느낌적으로. 본인은 인정하지 않지만 좀 튀긴 했어요. 근데 그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되게 똑똑하고 뭔가 보이시한 매력이 있는 친구라 생각을 했죠. 학교에 딱 들어왔을 때 이지적인 느낌이 있는 친구있으면 얘기하고 싶잖아요 .

근데 얘기하다 보니까 의외로 좀 얘기가 잘 됐어요. 근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제 커 온 성장배경이나 가치관? 분위기가 좀 비슷한 면이 많더라구요. 그니까 집안에서의 가치관도 비슷하니까. 이제 아직 대학교 들어오기 전까지는 솔직히 자기 생각이라는 게 잘 없잖아요. 그니까 집안의 그런 데 익숙해져 있는데, 너네 집은 어땠냐 너네 집은 어땠냐, 넌 고등학교 어떻게 보냈냐. 이렇게 얘기를 하다보니 공통점이 많으니까 이렇게 잘 통하는 친구 하나 생겼구나 생각했죠. 그 친구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렇게 하다가 이제, 같은 반이니까 1학년 때 계속 붙어 다니고. 아니, 붙어 다니는 게 둘이 붙었다는 게 아니라 반 전체 애들이 인제, 같은 조 애들이 친하게 지내고 하다보니까.

준우 : 처음에 인식할 때 그래도 여성이었던 거죠?

영우 : 아, 저는 그러니까 어떻게 생각을 했냐면 되게 똑똑하게 생긴 보이시한 매력을 지닌 여자앤데 그니까 이성적으로 저도 다가간 거 아니고. 전~혀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고. 그냥 똑똑한 친구. 뭐, 남자, 여자 구분할 것도 없이. 그 때부터 숏컷트였기 때문에 좀… 보이시하다고 생각은 했었죠. 이 친구의 한 번도 여성성에 대해서 느껴본 적이 없어요. 딱 봤을 때 얼굴이.. 이렇게 수염 안 나잖아요. 그 다음에 그렇게 외모적으로 그런 거 없으니까. 뭐, 하여튼 남아 있잖아요. 아직 특별한 걸 하기 전이니까. 그냥 여자앤데 아~주 편하게. 근데 ‘뭐, 친구로 지내다보니까 나중에 연인이 됐어’ 그런 친구가 아니라 정~말 친구.

캔디 : [웃음] 여성적 매력을 전혀 못 느끼신 거 아니에요?

영우 : 예, 그죠. 못 느꼈는데 이제 똑똑한 친구, 똑똑한 여자인 친구인 거죠. 그랬는데 참 재밌는 건 이제, 그렇게 시작을 했어요. 근데 그런 친구가 있다는 걸 이제 집에도 알리기도 하잖아요? 이랬다, 저랬다 얘기하니까 집에서는 남자냐 여자냐 그걸 궁금하잖아요. 여자애다 하니까 집에서는 잘 해봐라 이렇게 얘기가 나오더라구요. [전원 웃음] 근데 그거는, 그 집도 그랬다는 거에요. 근데 알게 된 지가 10년 넘잖아요? 무슨 그런 게 있었을, 집안에서 그런 오해가 많았지 않겠어요? 근데 결론적으로는... 나중에 부모님은, 저희 부모님은 그 부분에 대해서 되게 쿨하게 생각하시더라구요. 근데 그게 막 심정적으로 다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아, 그럴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너 걔랑 만나지 마. 이상해.’ 이런 게 아니라 그럴 수도 있다며 그렇게 쿨하게 해주시더라구요.

준우 : 아,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서?

영우 : 나중에, 한참 나중에. 시작은 그랬어요. 근데 좀 변화는 있죠, 당연히. 처음에는 제가 그랬잖아요. 지적인 이미지에 보이시한 느낌의 여자애라고 그랬잖아요, 처음에. 근데 시간이 지나는데 충격적이었던 게 OT 기간이 2월 중순이니까 발렌타인 데이가 끼여있어요. 정말 충격이었던 게, 나는 걔를 여자애, 보이시한 매력을 가진 여자애라고 생각했는데, 여자친구가 있다고 그러더라구. 그때 OT 기간 이렇게 하면서 뭐 같이 이제 수련회 가잖아요. 뭐 하다가 친해져서 서로 얘기를 하다보니까 여자친구가 오기로 했대. 초콜렛을 들고 온다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나는 왜 고등학교 때 보면은 이렇게 여자애들끼리 친하게 지내는 그런 친구 있잖아요. 그런 친군데, 이제 좀 더 이렇게 좀 더, 이렇게 강한 어필이 되는.. 뭐, 뭔지 아시잖아요.

캔디 : 예, 좀 더 나간 친구[살짝 웃음]

영우 : 예, 좀 더 나갔는데, 그까진 아니고 그 경계를 아시겠죠. 제 주변에 그런 친구가 있었어요. 여고 짱인 친구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을 했죠. 근데 진짜로 (여자친구가) 왔더라고. 나중에 우리 안 보는 사이에 잠깐 초콜렛 포장된 걸 받아서 들고 왔어요. 그래서 우리한테 주기도 하고 자랑도 하고 막 그러는데 되~게 충격이었죠, 사실은. 근데 그 때도 별로 그런 생각은 안 했었어요. 아이, 뭐 세상은 다양하고. 그 때까지만 해도 난 내 인식 사고의 폭이 넓은 줄 알았지. 그랬는데 나중에 뭐 얘기를 하다 보니까 이제 여자친구 얘기를 중간 중간에 꺼내요. 이제 개학하고 여자친구를 계속 꺼내더라고. 그래서 ‘아, 저게... 그냥 그 정도까지… 그 정도가 아니구나. 이게 더 나가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준우 : 성적으로 사귀는 거구나?

영우 : 예. 근데 3월이나 4월인가 한참 미팅 많이 하고 소개팅 많이 할 시긴데 안 나가는 거에요. 여자애면은 이렇게 남자애들 만나고 해야될 거 아니야. 안 나가더라구. 근데 여자친구는 계속 만나. 그러고 나중에 신촌에서 한 번 그 친구가 자기 여자친구랑 지나가는 걸 봤어요. 정말 충격이었던 게 그 친구가 여자였다는 생각을 빼버리면은 남자애들이 이제 한 연애한지 3, 4개월쯤 돼가지고 여자친구한테 할 수 있는 그 포스(force)가 있잖아요. 이렇게 되게 으스대고 싶기도 하고, 남자로서 매력도 좀 어필하고 싶고. 보호본능 차원에서 이렇게 막 하고 싶은 그런 거 있잖아요. 문을 먼저 열어준다던가. 그런 걸 똑같이 하고 있는 거에요, 세상에... 그래서 나는 ‘와, 상당히 보이시하구나?’ 라고 생각을 했어요.

준우 : 그럼 처음에 만났을 때, 그러니까 1학년 때는 그 친구를 레즈비언으로 인식했던 거에요?

영우 : 아니요. 전혀 외모적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았으니까.

준우 : 그 때도 남성적인 존재로?

영우 : 그니까 보이시한 매력을 지닌 여자친구였는데 이 친구가 성적 취향이 뭐 여자를 좋아할꺼다 뭐다 그 생각은 전혀 못 했어요.

준우 : 아, 거기까지 가지도 않고?

영우 : 그니까 처음에 인식도 그랬고 그 다음에 여자친구 사귀고 신촌에서 데이트하는 장면을 볼 때도 레즈비언이라는 생각도 못 했고.

캔디 : 그럼 레즈비언과 이 친구가 분리되었던 거에요?

영우 : 아니, 근데 솔직히 저는 레즈비언에 대해서는 그 전에는 마치 성경에서 사탄 묘사하는 것 같은 그런 걸 생각했어요. 진짜 솔직히 얘기하면. 그래서 설마 내 친구가 그런 경지까지 가겠냐, 그런 악의 구렁텅이까지 가겠냐라고 이렇게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서 생각을 했던 거죠. 근데…

준우 : 그건 아닐꺼다?

영우 : 예, 그런 것까진 아닐 꺼야. 그렇게 생각을 한 거죠.

준우 : 그렇게 착한 애가… [전원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