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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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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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란4. (군대에선) 트랜스젠더가 한 명 더 있다 보니까 재밌게 지냈어요


유란 : 수도권 근처로 배치된 게 또 되게 행운이었던 게, 그때부터 호르몬을 할 수 있었던 거였죠. 다른 (트랜스) 사람들은 군대가 인생에 걸림돌이잖아요.

준우 : 보통 군대 가는 건 유예 기간인 거죠.

유란 : 그쵸. 근데 저한테는 기회였던 그런 느낌?

준우 : 음, 트랜지션에 기준을 두자면 그 시기가 뭔가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였던 거네요?

유란 : 그쵸. 금전적인 문제도 해결이 되고... 일단 약을 받게 되면 한 집에 살 때 가족과의 관계가 문제되곤 한다고들 그러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서 전혀 고민할 게 없는 거예요. 집에서 나와 있는 데다가 또 저는 간부니까 내 방이 따로 있었고요.

준우 : 근데 같이 지내는 다른 간부들은 알지 않을까요?

유란 : 한 방을 같이 쓰는 간부가 있었는데, 제가 속했던 부대는 하루도 작전을 쉬지 않는 부대였어요. 그래서 하루마다 방을 바꾸고, 들어가는 근무지를 바꿔서 교체 투입하는 사람끼리 방을 쓰게 되거든요. 그니까 방에선 혼자인 거예요. 그러니 얼마나 좋아요! 축복이라면 축복인 건데, 그런 면까지도 이미 예상을 하고서 거길 갔던 거죠. 그 과에 가면 이렇다더라는 걸 미리 들어서 알고 지원을 한 거였죠. 그에 더해서 운이 따른 거라면 수도권에서 거리가 가까웠던 거...

준우 : 부사관 신분일 때 민간 병원에 가서 호르몬을 받아도 되는 거였어요? 별 문제가 없었어요?

유란 : 일단 병원에서 병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호르몬을 잘 안 주죠.

준우 : 그리고 현역 군인한테는 더더욱 그럴 테고...

유란 : 그쵸. 그래서 그때는 가발을 쓰고산 중고등학교 때 친구의 이름으로 병원을 다녔어요. 그 친구가 아까 말했던 커뮤니티를 같이 했던 애예요. 그래서 "쟤가 이런 애구나"라고 저에 대해 알던 친구였죠. 하리수 씨 나오면서부터 "아, 얘가 혹시?" 그러다가 제가 바로 "그래, 맞아"라 했었던 적이 있어요. 그런 계기로 절  도와주게 된 거죠. 그 당시 그 친구는 학생 신분이라서 조금 자유로웠던 점도 있었고요.

준우 : 그럼 유란은 호르몬을 해야겠다라고 마음 먹었던 건 언제쯤부터였어요?

유란 : 아까 말한 그 일본 분을 만났을 때 뭔가 바꿀 수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던 거고, 절차나 그런 건 스무 살 때 돼서 알게 된 거죠. 스무 살 때 제가 만났던 또 다른 지인이 또 바이인데, 그분이 모든 걸 알고 계시더라고요. “자기도 (호르몬을) 하려 했는데 알고 보니까 자기는 바이더라” 이렇게 되어서 안 하신 분... 그리하여 저는 수순 밟고 열심히 호르몬 했죠. 그렇게 전 군 생활을 잘 보냈어요. 스트레스 거리라면야 내가 (병원에) 나가기 위해서 일을 좀 많이 해야 된다라는 거 정도? 그니까 밤에 근무지에서 일을 하고 새벽이 되면 철수해서 쉬거든요. 저는 쉬는 동안에 밖에 나가는 거니까 잠 자는 걸 포기하고 추가 일거리를 핑계로 본부 부대까지 나가는 거죠. 그래야 본부에서부터 차를 타고 어디로든 갈 수 있으니까...

준우 : 그 차량 관리 같은 것도 다 해야 하는 거죠?

유란 : 그쵸. 그래서 무조건 "차량 수리, 정비를 하러 가겠다."

준우 : 군대에서 차량을 그렇게 개인 용도로 쓴 거 걸리진 않았어요?

유란 : 당연히 그 차량을 타고 병원을 가면 안 되죠. 군 차량을 타고 다니면 검문소마다 다 찍히잖아요. 그러면 안 되니까 그 군대 차량을 타고서 본부에 와서 운전병에겐 "차량 수리해라"라고 맡겨 놓고 저는 부대를 나가는 거죠. 운전병에겐 "이따 맛있는 거 사다줄 테니 여기서 좀 놀고 있어"라고 하고 나가서 병원 갔다가 와선 맛있는 것 좀 던져주고...

준우 : 그 운전병은 좋아했겠다.

유란 : 네, 좋아했죠. 운전병이 마침 저랑 동갑이었어요. 그 친구도 늦은 나이에 들어온 편인... 그래서 많이 힘들어하다가 그렇게 잘 풀어주니까 좋아하는 거였죠.

준우 :  예전에 유란은 부대 안에 있었을 때 트랜스젠더인 병사를 만났던 경험이 있었다고 들었었는데요?

유란 : 그랬죠. 저도 깜짝 놀랐어요. 간부들은 사병들을 관리해야 하니까 면담 일지를 쓰잖아요. 그 친구는 전출 온 병사였어요. 보통 전출은 문제가 있는 병사를 보내잖아요. 면담 일지에는 관심 병사로 올려져 있는데, 살펴보니까 관심 사병 같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저한테 배정이 되었으니까 함께 지내고 있었죠. 제가 있던 부대는 작전지에 투입하면 10명 정도가 전부인 저희 부대원 밖에 없거든요. 밤이 얼마나 길겠어요? 그러니 서로 이런 저런 얘기 다 하죠. 그 친구랑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접점이 잡히는 게 슬쩍 있는 거예요. '혹시 게이인가?' 이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그런데 연애에 대해 얘기해 보니까 "자기는 남자는 안 좋아한다, 나는 여자랑만 연애를 한다"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게이는 아니네? 근데 얘 왜 이러지?' 싶었죠. 그렇게 지내다가... 사병들에게 편지가 오면 저를 통해서 배분을 받거든요. 애들이 낮에는 다 자고 있으니까 제가 그 편지들을 모아서 근무지에 가면 나눠 주거든요. 어느 날 근무지 가서 그 친구에게 온 편지를 주려는데 편지 봉투가 찢어져 있더라고요. '아, 이거 얘가 보면 좀 속상해 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물에 젖어서 찢어진 거라 편지를 빨리 빼내야 됐었거든요. 그래서 일단 빼봤는데 그 안에 열쇠 고리 같은 게 들어 있었고 되게 야한 그림이 고리 안에 들어가 있는 거예요. 일단 간부는 관심 병사의 모든 정보를 일지를 통해 볼 수 있어요. 그래서... 내용물을 봤어요. 봤는데, 그 사귀고 있던 애인한테서 온 편지였는데 그 애인은 이미 (트랜스젠더임을) 알고서 그 친구를  만나고 있는 거더라고요. '네가 거기서 얼마나 힘들지 감이 안 온다' 그런 얘기랑 '혹시라도 목욕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라는 글이... 저도 몸에 대한 우려를 알잖아요, 목욕을 못 한다는 걸... 저도 그게 되게 심했었거든요. 저도 남에게 안 보이려고 아침에 일찍 가거나 늦게 가거나 피하고 그랬었거든요. 그래서 그 친구를 따로 불러서 얘기를 해 봤어요. "너 혹시... 이런 게 와서 미안하지만 열어 봤는데, 혹시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나한테 얘기해 줄 수 있겠느냐?" 그랬더니, 그 친구가 말하길 사실 자기는 군대를 안 와야 된다고, 군대를 안 오고 싶었다고 말하더라고요. 자기는 면제를 받을 수 있었는데 집안에서 너무 심하게 반대해서 할 수 없이 오게 된 경우라고... 그래서 "면제 사유가 뭐니?" 물어봤을 때 정신과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래서 "너 혹시? 이런 경우(트랜스)니?"랬더니, 마지 못해서 대답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그래"라고 대답해줬죠. [웃음] 걔도 놀라고 저도 놀라고. 그러고 나선 걔를 내무실에 들여 보내긴 들여 보내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저랑 숙소에 같이 보냈어요.

준우 : 그럼 사병들이 의심했을 수도 있을 텐데요.

유란 : 제가 사병보다는 제대하는 기간이 오래 걸리잖아요.  

준우 : 아, 그렇군요.

유란 : 제 방에 트랜스젠더가 한 명 더 있다 보니까 되게 재밌게 지냈어요.

준우 : 그 기간이 4년 복무 기간 중에서 얼마쯤 되었어요?

유란 : 2년 정도요. 되게 재밌게 놀았어요. 그니까 일을 시키면서 같이 놀았어요. 제가 그 사병에게 일을 시키면 딴 사람들이 신경을 안 써도 되니까요. 그 친구는 일을 하면서도 좋아라 하고... 저희는 노트북 갖다 놓고 쇼핑도 막 하고, 호르몬도 막 하고. 그 친구가 자가 투여 하는 식으로 했죠. 저 역시 자가를 할 줄 알았고요. "피곤하니까 나 좀 놔줘"라 하며 지내고... [웃음] 그렇게 재밌게 지냈어요. 온라인 쇼핑으로 여자 옷도 사서 입어보고...

준우 : 근데 유란은 혼자 지내니까 괜찮은데, 그 사병은 내무반 딴 사람들한테 호르몬 하는 거 걸리지 않았을까요?

유란 : 그 친구한테는 호르몬을 못 하게 했죠. 아무래도 항상 제 방에서 잠 잘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래서 "(호르몬 투여는) 잠깐만 보류를 해라"라고는 얘기했고요. 그 당시에 이미 그 친구 가슴이 봉긋하게 나와 있었죠. 입대 전에 이미 했다고 하더라고요. 고환적출까지 하려고 했었는데 그걸 안 해서 군대를 오게 된 케이스라더군요.

준우 : 숙소 얘기 나온 김에 더 묻자면요. 간부라서 숙소가 따로 있다고 해도, 병사들과 어울리거나 다른 간부들과 같이 목욕탕 등을 가야 할 일이 있었지 않나요?

유란 : 있죠. 있는데... 그거는 자기 재량껏 피하는 거죠. 간부들끼리 하는 회식 같은 자리는 참여해야 하긴 해도 목욕을 어떻게든 피할 수 있었어요. 제가 있던 데가 간부가 존뷰 두 명뿐이고 두 명이 격일제로 투입을 들어가는 곳이다 보니까 간부가 모이는 일이 없었어요. 회식도 간단하게 밥만 먹고 자러 가는 경우가 전부였고요. 그런 점은 좀 편했죠. 씼는 문제는... 제가 먼저 가서 애들보다 먼저 씻든가 아니면 애들 다 씻고 다들 잠들었을 때 나중에 가서 씻든가 하는 식으로 처리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