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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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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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7. ”하나씩 겪어오면서, 하나씩 하나씩 내려놓게 되는 거예요”

캔디 : 그런 얘긴 하세요? 연애 얘기나… 성정체성, 성적지향이 어떻게 되는진 모르겠지만, 뭐 너도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거나… 뭐 그런 얘기…

최원영 : 지호는 그 얘긴 하더라고. 자기는 결혼은 모르겠는데, 음… 연애는 할 수 있잖아요. 그러고 주위에서 보면 연애도 많이 하고 또 잘 이해해주는 사람들도 많고. 다 알면서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같이 사귀고, 뭐 결혼도 하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본인은 이제 수술 다 끝내기 전에는… 사람을 사귀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딱 잘라서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뭐, 본인이 그렇다는데… 내가 뭐 그걸 왈가왈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응. 결혼 문제는 모르겠어요. 그건 전적으로 본인이 알아서 할 문제고, 내가 뭐 결혼을 해라 마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 그래요. 예. 근데 저는 좋은 사람이 빨리 생겼으면 좋겠어요. 뭐 결혼을 하던 안 하던, 그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던 상관없이 지호가 그렇다는 걸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면, 뭐 저야 뭐 좋지요. 예. 좋겠어요. 빨리 그런 뭐, 예.

캔디 : 수술하고 어떻게 하자던지… 아까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그거 말고는 따로 온 가족이 ‘수술하면 우리가 어떻게 지낼 수 있겠지’라든지 그런 얘기도 많이 하세요?

최원영 : 그런 얘기는 안 했어요. 뭐 가족끼리 지내는 거야 뭐, 여태까지 지낸 대로 지내겠죠? 예. 근데 이제 가겠다고 하니까. 걔가 가면 동생도 훨씬 편해질 테고, 또 뭐 서로 그리워하는 건 있겠지만 안 보면 훨씬 서로 편하고 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부모들한테도 그렇고, 이제 또 나는 내 일에 집중하려고. [같이 살짝 웃음]

캔디 : 어쨌든 아무 일 없었어도 또 다른 일이 있었겠지만, 가족생활이 되게… 스펙터클한 십 년을 보내신 거 같아요.

최원영 : 예, 그러게 말이에요. 지내고 보니까, 아휴, 그 지낼 때는 정말 하루가 십 년 같았는데… 도대체 이게 나아지긴 하는 걸까, 쪼금 괜찮아질까… 시간이 지나면 웃을 수 있을까? [웃음] 근데 시간이 지나니까 ‘좀 나아졌구나… 앞으로 또 시간이 지나면 좀 더 나아지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이 기대감이라는 게 점점점 줄어들어요.

그니까, 남편이나 나나 처음엔 어떤 생각을 했냐면, 남편이 특히 지호에 대한 기대가 컸어요. 지호가 큰 애이기도 하고, 뭐 여러 가지로 재능을 보이고 똑똑하다고 그러니까, 얘가 정말 큰 인물이 되겠구나! [웃음] 늘 남편은 그게 너무 당연할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이제 이런 일이 고등학교 때 터지고 그러니까… 이제, 음. 대학을 가는 것도 남편은 기대하던 게 있는데, 거기에 못 미치고. 계~속 이것 때문에 애가 상처를 받고 점점점 위축되고. 애는 그대로지만 바랐던 어떤 기대치에 점점 못 미친다고 생각하니까 그거에 대한 실망감이 아빠들은 되게 큰가 보더라고요. 그래서 애한테 처음엔 어떤 얘기를 했냐면, “니가… 그런 핸디캡…” 뭐, 핸디캡이라고 표현을 하면 안 되지만 처음엔 하여튼, “이런 거를 안고 있으니까 니가 좀 더 노력해야 한다.” 그런 얘길 남편이 많이 했어요. 그니까 아빠로서의 기대감이…

남편은 그러면서 “니가 더 노력해야 된다. 그래야 남들만큼 살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얘기를 했거든요. 그런 식으로 처음에 얘기를 하니까 지호가 나중에 그러더라고요. 아니… 나는 출발선이 같지가 않고, 얘네는 여기 있으면 나는 이쯤에 있는데, 이거를 지금 따라가기도 힘든데 어떻게, 남들보다 더 노력을 해서 이렇게 가냐… 그건 자기한테 정~말 힘든 일이라고 나중에 막 그러더라고요. 근데 처음에는 기대감을 낮추는 일을 계속 하는 거죠.

나도 근데 ‘남편이 어쩌면 저럴 수가 있나…’ 속으로 욕을 했는데, 나중에 돌아보니까 나도 그런 기대감이 있었던 거 같아요. 지호가 대학을 들어가면서, 검정고시를 봤지만 쟤는 저기를 당연히 들어갈 거야… 하고 생각했던 대학보다 훨씬 밑의 대학을 갔잖아요. 그거에 대한 실망감이 6개월은 갔어요. [같이 웃음] 나중에, 야~ 나도 정말 속물이구나…

캔디 : 예, 근데 그럴 것 같아요.

최원영 : 근데, 그걸 인정하고 싶지가 않은데. 아후… 나도 그, 내가 숱하게 욕했던 그 엄마들 있잖아요, 강남엄마들. 그니까 나는 그런 짓을 하나도 안 하고, 뭐 사교육 하나도 안 시키고… 그냥 집에서 그랬는데도 불구하고… 하유, 어떻게 보면 내가 더 속물이구나. 아휴. 그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창피해가지고 스스로 정~말. 그 땐 정말 스스로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작은 애 때는, 걔는 야간대학을 갔어요. 지호는 수시로 어떻게 갔지만 걔는 수시가 안 됐거든. 그때 걔는 뭐 수능공부를 하나도 하지도 않았고, 그 상태에서 정시로 가는 건 정말… 검정고시 본 애가, 그것도 정시로 가는 건… 뭐 수능 점수가 아무것도 안 나오는데. [살짝 웃음] 공부를 하나도 안 하고 갔으니까 국어하고 영어만 잘 하고, 나머지는 다 개판인데. 그래서 그냥 그 점수에 맞게 그냥 야간대학에 보냈어요.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는데, [웃음] 그것도 또 충격이 오래 갔어요~[같이 웃음] 그렇더라고요. 그게 어쩔 수가 없어요. 한국, 아휴……

캔디 : 아유,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지방에서 대학을 나오고 서울에서 대학원을 갔거든요. 어쨌든 대학원이 소위 말하는 레벨이 훨씬 높은 데였던 거죠. 그리고 어느 친척 결혼식에 갔는데, 아빠 표정이… 아빠가 얘가 어디 다닌다고 하면서 어깨가 쫙 벌어지는 거예요! 애를 표현하는 말이 달라. 와… 우리 아빠 되게 웃긴다~ 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그런 것 같아요.

최원영 : 아, 그러게. 나는 그런 게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야~, 정말 누구한테 말할 수도 없고. [웃음] 내가 그 극성스러운 엄마들 숱하게 욕하고 다녔었거든. 근데, 야아… 누구한테 얘기할 수도 없고, 아아 진짜 그렇구나…

캔디 : 제 자식이어도 그럴 것 같아요 근데.

최원영 : 하여튼 그랬어요. 그러면서 기대치가 낮춰지면서, 그 다음엔 남편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또 어떤 생각을 했냐면, 이런 일이 얘한테 생겼을 때는… 하나님이 얘가 뭔가 특~별한 걸 바라시는 게 있을 거야. [웃음] 얘가 우리 집에 태어난 거는~ 그러면서. 아, 얘가 이제 큰 인물이 될 거다. [웃음]

캔디 : 이제 다시 한 번 큰 인물?[웃음]

최원영 : 다시 한 번 이제! [크게 웃음] 어떤 쪽일지는 모르지만, 다~ 뜻이 있어서 이런 게 된 거야. 뭔가 하여튼, 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할 거다. [웃음] 그러면서 또 스스로를 위로하는 거야. 근데 이게 언제 깨졌냐면, 요번에 수술하러 갔을 때. 걔를 보내 놓고 불안한 가운데 여러 가지 생각을 하잖아요. 아휴, 그러면서 어떤 생각이 드냐면, 아, 예전엔 내가 하나님이랑 거래를 하려고 했구나. 이거를 진짜로 받아들인 게 아니라, 이런 애를 줬으니까 적어도 얘를 어떤…[웃음] 어떤 방면이 됐든지 어찌 됐건, 뭔가 되게 해줘야 되지 않겠느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그랬구나… 그래서, 아후, 또 정말 나쁘다 내가… [살짝 웃음]

근데 이런 거 저런 거 다 필요 없고, 그냥 얘가 진~짜 원하는 건 그냥 평범한 남자처럼 사는 거잖아요. 그냥 화장실 자연스럽게 가고, 서서 오줌도 눌 수 있고, 이제 여자친구가 생기면 뭐, 섹스를 할 수도 있고, 달라붙는 바지도 입을 수 있고. 얘가 바라는 건 다른 남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누릴 수 있는 그런 소소한 남자의 일상을 정말 해보는 거잖아요. 그래서 다 필요 없고, 뭣~도 필요 없고, 얘가 원하는 대로 정말 평범한 남자가 됐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이번에 처음으로 들었어요. [웃음] 그니까 이게, 하나씩 겪어오면서, 하나씩 하나씩 내려놓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또 돌아서면 기대가 생기긴 해요. 그렇긴 한데, 이제는 뭔가, 평범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