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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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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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1. "그림 그리는 것도 곧잘 하고 아역배우 하고 그러니 … 크게 간섭 같은 걸 안 하셨어요"

준우 : 이번 인터뷰는 어릴 때 이야기부터 시작할까 해요. 초등학교 다니던 어렸을 땐 어떠셨어요?


로미 : 아주 아기였을 때부터 그냥… 남자들보단 여자들이랑 있는 게 더 편했고, 놀이도 장난감 로봇 이런 것보단 종이인형, 인형, 고무줄 놀이 이런 게 좋았고. 그리고 여자들 머리 만져주고 이런 거? 그리고 수건 같은 걸 뒤집어쓰고 여자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거? 그런 건 초등학교 이전에 아주 아기였을 때부터 편안해 했던 것 같아요.


준우 : 그 당시엔 성별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그냥 좋았던 걸까요?


로미 : 그때는 내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런 것들, 말하는 거라든지 행동이라든지 여자 같았어요. 그래서 부모님께서도 남성스럽게 키우시려고 노력하셨던 것 같아요.


준우 : 그럼 약간 애들한테서 왕따 당하거나 그런 게 있었어요?


로미 : 아니요. 저는 그런 건 없었어요.


준우 : 없었어요? 다행이네요.


로미 : 사실 저도 하리수 씨 등장하기 전에,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게이와 트랜스젠더 개념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처음에는 내가 "게이인가?" 라는 정체성에 빠져 있었는데, 근데 그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왜냐하면 나는 화장을 하고 싶고 여자의 모습으로 살고 싶고. 그러니까 여자의 행동들… 화장실을 가도 서서 싸는 것 보다는 앉아서 싸는 거라든지 그런 것들을 보면서 아무래도 역시 여자이고 싶은 거였죠. 저 역시도 처음에는 받아들이기가 힘드니까 남들과 다르다는 게 힘들어서 노력은 했었어요. 다른 사람들 시선을 의식도 했었고, 괜히 여자친구가 있는 척도 해보고. 아무래도 제가 너무 여성스럽고 하니까 주위에선 "호모 아니냐"이러기도 했었어요. (왕)따는 안 당했지만 같은 반 아이들과는 사이가 좋아서 그러진 않았지만 다른 반이라든지 저를 잘 모르는 친구들 같은 경우는 겉모습만 보고 게이나 호모 이런 식으로 보는 뉘앙스도 좀 있었죠. 그런데 그때 여자친구를 사귀어도 손을 잡는다거나 뽀뽀를 한다거나 이런 게 전혀 없었긴 해요.


준우 : 하리수가 미디어에 등장한 때가 로미가 20살 때쯤이었던 거죠?


로미 : 네. 스무 살, 스물 한 살?


준우 : 그전까지는 트랜스젠더라는 단어를 몰랐거나 그러셨던 거예요?


로미 : 정보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저희 때는 인터넷이 이렇게 활성화됐던 것도 아니었고. 천리안 이런 거는 있었지만요. 그때 얻을 수 있었던 정보도 없었고. 막연히 TV 같은 걸 통해서 풍겨지는 뉘앙스들은 여성스러운 남자는 게이라는 거였죠. 홍석천 씨나 이정섭 씨 이런 경우를 보면 대부분 게이인데 여성스러움을 강조하시는 분들이 많이 나오셨잖아요. 그런 부분들 때문에 저도 "여성스러운 남자는 게이인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준우 : 그게 다 학창 시절 때 있었던 일인 거죠?


로미 : 네. 그 모습을 보고서 제가 첫 번째로 커밍 했던 친구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더라고요. "네가 좀 남들과 다를 것 같다 생각했다" 라고요. 저는 커밍을 비교적 되게 일찍 했어요. 지금 제가 32살이고 아직 수술 안 한 상태인데 20살 때부터 커밍을 했으니까요. 군대 가기 전에도 커밍을 한 상태였고, 군대 친구들도 다 알고 있는 상태이고, 학교 선후배들 이미 모든 사람들이 다... 다행히도 그거 가지고 거부감 가는(가진) 친구들도 없었고요.


준우 : 커밍아웃을 할 땐 뭐라고 말하셨어요?


로미 : 처음에만 어려웠던 것 같은데. 처음에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성전환 수술 할 거다. 나는 여성으로서 삶을 살고 싶은 것 같다"라고 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그럴 줄 알았다고"하더라고요.


준우 : 그 친구분 성별이?


로미 : 여자였어요.


준우 : 그럼 중고등학교가 남녀공학이었던 거예요?


로미 : 예. 저는 아버지 사업 때문에 이사를 좀 많이 다녔어요. 그래서 지역별로 친구가 좀 많이 있어요. 충남, 전라도, 경기도 다닐 때 (처음 커밍했던) 그 친구 같은 경우는 중 3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또 그 친구는 자기 남편한테도 저 있는 그대로 말해서 소개를 했죠. 지금은 제가 겉모습도 구체적으로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그 당시는 여성스러운 남자나 귀여운 남자 정도였을 거예요. 외모적으로 봤을 때는 머리도 짧고 옷 입는 것도 그랬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는 자기 남편한테 소개를 했었죠.


준우 : 학창 시절 때 여자와 연애 해보셨다고 했잖아요. 몇 번 시도를 해보셨던 거예요?


로미 : 2번? 3번이었나? 그게 말로만 연애였어요. 그니까 한 마디로 연예인들의 대외적인 연애처럼 남들 속이려고 하는 그런 계약 연애 같은... 그냥 저도 제가 마음에 든다는 여자 있으면 "사귈래?" 그래 놓고선 말로만 사귄다 해 놓고...


준우 : "나 애인 있음" 이라는 공인 같은 거였네요?


로미 : 네. 그냥 사람들의 시선에 따라서 그냥 그렇게만 해 놓은 거죠. 저는 좋아하는 남자친구는 따로 있었어요.


준우 : 그 남자분하고는 사귀었던 거예요?


로미 : 사귀었다기보다는... 저는 희한하게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사귄 건 아니었지만 남자애들이 절 되게 좋아했었어요. 중학교 때는 잠깐 2년 정도 남중에 다녔는데, 스쿨버스에서 남자애들이 자기 옆자리에 앉히려고 했었고, 제 옆자리에 항상 앉으려 했었고. 장난 식으로 저한테 뽀뽀하고 도망간 애들도 많았고. 초등학교 때도 그랬었고, 고등학교 때도 그랬었고. 뒤에서 저 끌어안은 남자애도 되게 많았었고...


준우 : 인기가 좋으셨나보네요.


로미 : 희한하게 (저를) 좋아하는 남자애들이 좀 많이 있었어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걔네들이 느끼기에는 여성적인 뭔가가 있었던 것 같아요.


준우 : 그들 중 누군가와 구체적으로 사귀거나 진도가 나가거나 그런 건 없었던 거죠?


로미 : 네. 그런 건 없었어요.


준우 : 그 시기가 2차 성징이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했잖아요. 막 중학교 올라올 때 몸이 변하는 그 당시에는 어떠셨나요?


로미 : 처음에 체모가 생겼을 때 그때는 조금 놀라운 거? "이게 뭐야?" 하고 당황스러웠던 거 같고요. 목소리가 막 갑자기 걸걸해진다거나 그런 변성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변성기 자체가 없이 그냥 흘러간 거 같아요.


준우 : 그럼 크게 애를 쓰지 않고도 지금의 이 목소리를 내는 건가요?


로미 : 이건 원래 그래요. 좀 더 여성스럽게 낼 순 있는데 제가 지금 담배를 피워 가지고… [웃음] 그게 조금 영향이긴 한데... 어렸을 때 목소리 자체는 굳이 여성스럽게 하려고 애쓰진 않았던 것 같아요.


준우 : 10대 초중반 몸이 변하면서 갈등하는 트랜스젠더들도 있는데, 로미의 경우엔 그렇게 심하진 않았던 것 같네요.


로미 : 저는 자연스럽게 그 시기를 넘겼나... 잘 모르겠어요. 정체성 때문에 막 힘든 점은 없었거든요. 아무래도 부모님들이 젊으셔서요. 어머니께서는 17살 때, 아버지께서는 20살 때 저를 낳으셨기 때문에 제 또래 친구들에 비해서는 삼촌, 이모 수준이었고, 저는 친구 같이 지냈죠. 지금도 제가 서른 두 살인데 부모님은 아버지께서도 50대이시니까요. 아무튼 그런 환경적인 것도 영향이 있었고, 제가 외동이다 보니까 어렸을 때부터 제가 하고 싶은 것도 많이 했었고요. 4살 때부터 엄마께서는 미술학원 보내시고 예술적인 것에 많이 신경 써주셨었죠. 저희 부모님께서는 제가 예체능에 뛰어나니까 예술적인 것을 챙겨주셨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중 2때까지는 아역배우 생활을 했었거든요.


준우 : TV도 출연하셨던 거예요? 제가 알 만한 프로그램일까요?


로미 : 교육방송 이런 데서 심형래 씨와 출현했었고…


준우 : 부모님께서 혹시 예능이나 예술 쪽 직업을 갖고 계시나요?


로미 : 어머니께서 배우 생활을 하시려다가 포기하셨던 게 있고. 그리고 아버지께서 그런 것에 좀 민감하시긴 했지만... 부모님께서 남자애가 여성스러운 점에 대해서도 예체능 쪽에 뛰어나니 애가 그림 그리는 것도 곧잘 하고 아역배우 하고 그러니 그런가 보다 하고 그렇게 크게 간섭 같은 걸 안 하셨던 것 같아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커 오면서 저도 개의치 않았고요. 다행히 따를 당한다거나 죽고 싶다거나 한 적은 없어요. 제 삶이 힘들어서 죽고 싶다고는 느꼈지만 제 정체성 때문에 죽고 싶다고는 느끼지 않았어요.


준우 : 그럼 부모님들하고는 자라오면서 "너 좀 남자답게 하고 다녀" 그런 걸로 큰 트러블이 없었던 거네요?


로미 : 네. 아버지께서 그런 면은 있었어요. 아버지가 저를 혼내셨던 이유는 두 가지 이유였어요. 첫 번째는 거짓말 했을 때, 두 번째는 울 때. 울면 더 때리셨어요. 거짓말을 해서 혼내시는데 만약에 울면 한 대 혼내실 거 두 대 혼내시고. 그런 거 빼고는 지금까지도 친구 같이 지내는 사이예요.


준우 : 집이 사는 형편이나 경제적 환경이 괜찮으셨나 봐요.


로미 : 어렵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잘 사는 집도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제가 형제도 없고 외동이라서 부모님이 자식이 하나만 있다 보니 큰 부담감이 없으셨고. 당시 젊으셨기 때문에 좀 더 나이 드신 분들에 비해서는 조금 깨우쳐 있으신 부분이 있으니까 좀 더 학원 같은 데를 보내시고요. 물론 요새는 애들이 학원을 많이 다니곤 하지만, 저희 때는 그렇게 학원을 많이 보내는 케이스도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 것도 그렇고, 신경도 많이 써주셨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