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이드의 젠더 여행담: 공중화장실을 중심으로

트랜스젠더퀴어로 정체화한 당사자라면, 특정 공간에서 자신의 젠더와 관련된 경험담을 서술하자면 일단 한숨부터 쉬고 얼마든지 말할 수 있겠으나- 지면 관계상 공중화장실을 중심으로 얘기드리고자 합니다. 


#시스젠더 레즈비언 편:

나는 지정성별 여성으로 태어나 여고를 나왔다. 자연스레 몸매 굴곡이 드러나 보이는 치마교복이 한 번도 편하지 않았다. 반 친구들은 몸매를 드러내려고 치맛단을 줄이는데, 나는 대안으로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있곤 했다. 그때는 ‘사춘기 시절에 여성으로서의 몸을 부끄러워하는 감정’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성별 위화감’이라는 단어를 알았다면 바지교복이라도 입었을까 싶다. 

하교 후, 사귀던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기 전엔 반드시, 기필코, 꼭 교복을 갈아입고 만났다. 그 당시 난 ‘강티부’(강하게 티나는 부치)로 정체화(?)를 했였는데 교복치마를 입고 만난다는건 수치플이나 다름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하철 역 장애인 화장실에서 ‘티부로 업’을 하고 나왔다. 뒷모습은 영락없는 여고생이었다가, 나올 때면 남잔지 여잔지 구분이 안 가는 모습으로 나온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나보다.


#바이너리 트랜스젠더-정체화 초기편:

성적소수자에 대한 개념을 접하고 나서, 주변에 새롭게 트랜스젠더라고 커밍아웃을 했다. 탑을 압박 하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태어난 신체에 대한 자유로움을 느꼈다. 다만, 공중화장실 이용에 대한 거리낌이 시작되었다. 날 ‘남성’으로 자각하였다면 당연히 남성화장실을 사용하면 될 일이었지만, 시스젠더가 아니라는 시작점에서 시작된 젠더표현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레즈비언 부치로써의 생활을 계속 하는 기분이었다. 

화장실에 들어온 나를 보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의 반응이) 화들짝 놀라거나 초면에 아래 위로 훑는 모습을 보고서도 ‘하하 저 여자에요’라고 자동반사하듯 반응하며 화장실을 이용하곤 했는데, 지나고나서 그 경험을 회상하면 기분이 나빴다. 내가 왜 누군가에게 내가 ‘여성으로 보이지 않음’에 대해서 해명해야 하지? 공중화장실임에도 여성, 남성에 대한 이미지가 정해져 있구나라는 차별감을 느꼈다. 그렇다고해서 외성기를 위주로 이용자를 나눈다면 간성에 대한 배제되는 일이니 답답함이 쌓여갔다. 나의 불편감을 자각하기 시작하면서 타인에 대한 감수성이 조금은 늘어나는 경험을 했다. 


#논바이너리 데미걸* 편:

(*데미걸 : demi-girl. 반쯤, 부분적으로 여성이라고 정체화하는 단)

태어나 지정된 성별은 그저 사회적인 성별일 뿐이지 내가 스스로 느끼는 성별의 선택지가 남성, 여성 둘 중 하나여도 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서 젠더에 대한 해방감을 느꼈다. 

이어서 자연스럽게 트랜스젠더퀴어 인권활동을 시작하면서 가장 밀접하면서도 중요한 당면 과제가 공중화장실에 대한 해결이란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선 백악관에 성중립 화장실이 생긴단 기사를 보았던 시점이었다. 그러던 올해 5월,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공중화장실에 대한 여론이 들끓으면서, 남녀공용 화장실이 모든 젠더의 공생을 위해 좋은 일이 될거란 기대가 산산조각 났다. 먼저는 지정성별 여성으로써 나 스스로가 불안감이 들었다. 

어떤 활동을 해야 불화감 없이 공중화장실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면서 필요성을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꼬막 팀의 성평등화장실 캠페인에 참여하게 되었다. 꼬막의 성중립 화장실 프로젝트는 성별이분법을 지양하며, 공공 화장실을 모든 이에게 안전한 자신만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다. 퀴어문화축제 당일 거의 모든 부스를 돌면서 “ALL GENDER RESTROOM”이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트를 배부했다. 이런 나를 호기심있게 바라보던 외국인에게 가까스로 ‘gender neutral restroom campaign’을 말하자 바로 이해하더니 포스터를 하나 달라고 하던게 기억난다.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인권재단 사람 건물엔 1인 화장실이 있다. 장애인/비장애인 용으로 나눠져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여/남으로 나뉘어진 기존의 공중화장실에서 ‘나는 누구 여긴 어디’의 심정을 겪어왔던 많은 이들이- 공간 자체만으로도 ‘어딘가엔 나의 소수성을 헤아리는 곳이 있구나’란 공감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화장실 사용자에 대한 스펙트럼을 넓힌 부분으로써 매우 훌륭한 고안을 하셨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크게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여/남으로 나뉘어진 공중화장실을 기본 전제로 생각한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성별로 나뉘어진 이용 그 자체에 대한 불편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어느 이용자에게는 이 ‘룰’이 트랜스젠더퀴어에게 차별적이라는 생각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앞서 말한 나의 경험처럼- 이용시의 불편감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계속해서 다른 이들과 나누고 스스로의 경험을 존중함으로써, 무엇이 자신에게 필요한지 그리고 사회적으로 어떻게 변화가 이루어져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면 좋겠다. 

_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