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잔 스트라이커 <트랜스젠더의 역사>



과거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 수업시간에나 얼핏 들었을 고루하고 지겨운 말이다. 하지만 성소수자의 역사와 사건에 대해서 배우고 읽다 보면 이 문장은 꽤나 인상 깊게 다가온다. 미시적으로 보면 다르지만 거시적인 흐름에서 비슷한 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과적 질환으로 규정되던 시기에서 동성결혼 합법화까지의 역사는 우리나라가 역사적으로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가벼운 절망감, 변화의 시기 속에서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약간의 부담 섞인 설렘, 우리도 다른 나라도 겪어본 변화의 과정 속에 있다는 희망이 동시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수잔 스트라이커는 트랜스젠더 규범의 필요성과 트랜스젠더 현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제시한 학자이다. 그녀는 약 20년에 걸쳐 트랜스젠더의 역사를 수집하고 구성하기 위한 작업을 계속해왔다. 그 결실인 <트랜스젠더의 역사>는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역사 교양서같은 문체와 트랜스젠더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탄탄한 내용으로 독자의 마음을 세차게 두드린다. 


수잔 스트라이커 이전의 성소수자의 역사에서 트랜스젠더는 동성애자 운동에 묻어가는 비참여자, 혹은 수동적인 주변인에 가까웠다. 하지만 수잔 스트라이커가 이야기하는 역사 속 트랜스젠더들은 스스로 길을 개척하고 다른 성소수자 진영과 반목하고 협력하며 나아간 살아있는 주체이다. 새로운 규범과 거대한 연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구심점이다. 수잔 스트라이커는 자신의 역사관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역사에 대한 섣부른 해석이 가져올 수 있는 커다란 위험성을 지각하게 하여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을 다시 한번 돌아보도록 설득해낸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떤 느낌을 남길지는 알 수 없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수긍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단 한마디 말을 전하고 소개를 마치고자 한다. ‘책을 덮은 뒤의 당신이 바라보는 세상은 이전의 세상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