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nA조금 꼬인 Q&A

이것은 일종의 가상극입니다. 상황은 이래요. 저는 어제도 어김없이 술을 먹고 있었어요. 술을 먹다보니 어느새 모르는 사람이랑 같이 마시고 있더라고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가 트랜스라고 하니까 낯선 사람이 저에게 궁금한 것이 많나 봐요. 눈을 빛내면서 자신은 트랜스젠더를 처음 본다며 평소에 궁금한 것이 많다며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어요. 평소라면 친절하게 마치 제가 트랜스젠더 대변인이라도 된 것처럼 열심히 설명했을 테지만, 술과 함께 괜히 삐딱해지기도 하더라고요. 덕분에 아주 비생산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갔어요. 트랜스젠더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어요. 어제 술자리에서 나온 한없이 진지한 질문과 답변을 Q&A로 정리해보았습니다! 

Q: 저… 혹시 이런 질문 해도 될지 모르겠어요…

A: 보통 그렇게 시작하는 질문은 안 하는 편이 낫던데요. 괜찮다고 하면 이후에 무례한 질문을 감내하기로 동의하는 걸로 여기시는 분들이 종종 있더라고요. 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하지만 미리 양해를 구했다고 어떤 말이라도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Q: 언제부터 자신을 트랜스젠더라고 생각하셨어요?

A: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이죠! 저는 지금 이 순간 저를 트랜스로 느끼고 생각하고 살고 있어요. 답을 피하는 건 아니에요. 단지 종종 이런 질문 하시는 분들은 저의 젠더정체성이 완전 어릴 때부터, 태어난 순간부터, 태초부터 이랬다는 것을 증명하길 바라곤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안알려줘요. 중요하지도 않고요. 오히려 묻고 싶어요. 왜 그게 궁금하신지? 언제부터 자신을 비트랜스로 생각하셨는지?

Q: 트랜스젠더면 여자(남자)가 되고 싶은 거에요?

A: 헐 님 저 완전 상처받았음. 더 예뻐지고 싶냐고 물으신다면 그렇습니다. 근데 여자가 되고 싶냐고 물으신다면… 제가 뭘로 보이세요. 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Q: 혹시 수술 하셨나요?

A: 질문일까요 의심일까요. 그게 왜 궁금한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성기 형태가 제 정체성을 결정짓는 건 아니잖아요. 또 친한 사이도 아닌데 성기가 어떻게 생겼냐고 묻는 건 조금… 민망...아..힝

Q: 그러면 남자(여자)가 좋아서 그러는 트랜스젠더가 된거냐?

A: 당신은 남자(여자)가 좋아서 지금 성별이 된 거세요? 다른 문제고, 인과관계 전혀 아니고, 아 그리고 전 헤테로도 전혀 아니에요. 

Q: 의사는 뭐라고 하세요?

A: 의사가 뭐라든요. 제가 누구인지는 제가 제일 잘 알아요. 의사는 제가 하고 싶은 의료조치를 도와주는 사람이지 제 성별을 검사하고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Q: 그렇게 살면 힘들지 않아요?

A: 네 힘들어요. 갈수록 안정적인 일자리는 줄어들고. 제가 취준생인데 취업도 힘들고 최저임금은 쥐꼬리고. 뭐라도 해볼라고 서울에 붙어있는데 집 같지도 않은 방 한 칸에 쭈구리처럼 살고 있는데 월세를 또 올려달래요. 여성혐오가 사회에 만연하고 핵발전소도 점점 늘어나고. 경찰이 사람을 죽여도 벌도 안 받고 사과 한 마디 안 하고 이 사회는 희망이 없는 것 같아요. 다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아요?

Q: 트랜스젠더는 어떤 일 해요? 

A: 얼마 전에 본 게 있는데 한국 직업 사전에 따르면 한국에 직업수는 11927개가 있대요. 여자는 어떤 일을 하고 남자는 어떤 일을 해요? 같은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요? 

Q: 여자(남자)랑 자본 적 있어요?

A: 저랑 자고 싶으신 게 아니면 물어보지 마요...

Q: 한번도 남자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A: 전 가끔 제가 나무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해요. 

Q: 서서 쉬하세요? 

A: ↓ 

대답이 짧아지고 자신이 원하는 대화자리가 아니란 걸 깨달은 그 분은 어느새 조용히 사라지셨어요. 왠지 잘못한 것 같아 마음이 살짝 아파왔지만 그래도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어요. 미안해요. 다음에 혹시 만나면 진지하고 솔직하게 원하시는 대로 저의 모든 것을 말할게요. 미안해요. 괜히 시간들여 아무 내용 없는 Q&A를 본 여러분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