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후기2021년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활동 후기 (온라인 전시전, 스페셜 TGG)

2022-01-11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추모’를 할 일은 없기를 바라지만, 그럼에도 매년 다시 돌아오는 날이 있습니다. 

11월 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입니다.


특히나 올해 한국의 트랜스젠더, 그리고 퀴어 커뮤니티는 마음 아픈 이별을 몇 차례나 겪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상실의 아픔을 위로하고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는 2015년 단체가 정식으로 발족하는 해부터 이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진행해왔습니다. 첫 해에는 단체의 발족식을 진행하기도 했고, 어떤 해에는 외부 공간에 모여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작년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예전과 같이 한 장소에 모두가 함께 모이는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워, 한정된 방식으로 전시형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올해는 이러한 전시 공간도 마련하기 어려운 위기에 놓였습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를 여러 방향으로 신중하게 기획중이던 조각보 활동가들 또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오프라인으로 만나기 어렵다면, 온라인은 어떨까?”

 

한 공간에서 모두가 함께 모이는 것, 그리고 같은 메시지를 나누는 것. 

비록 ‘이 시국’이지만 온라인 공간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2021년 조각보는 ‘게더타운’ 메타버스 공간 한 곳에 알록달록한 공간을 꾸몄습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되었던 조각보가 운영하는 트랜스젠더 자조모임인 <트랜스젠더 지지모임 TGG>를, 방역 수칙을 지키며 한정된 인원으로나마 운영해 볼 계획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기억, 모습, 살아갈 우리>는 조각보가 2019년 준비했던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촛불문화제의 슬로건이었습니다. 

2021년 한 해를 버텨내고 살아온 서로의 모습을, 또 앞으로를 살아나갈 우리를 다시 한 번 기억해보자는 의미에서 

이번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의 이름은 <기억, 모습, 살아갈 우리 2021>이 되었답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당일(11월 20일)은 우리가 직접 만날 수 있던 날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전까지만 해도 조각보가 매달 진행했으나, 코로나 시대가 찾아오며 잠시 중단된(T_T) 트랜스젠더 지지모임 TGG가 돌아왔으니까요! 

11월 20일 토요일의 오전과 오후에 각각 두 차례 진행되었던 이번 TDOR 스페셜 TGG의 주제는 <1년의 이야기> 였습니다. 각자 일상에 대해 나누고, 또 1년간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기억하고 싶은지에 대해 간단히 달력을 만들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11월 15일부터 12월 20일까지 약 한달여간 진행된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온라인 전시전에는 정말로 많은 참여자들이 자신만의 마음을 담은 작품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사진, 일러스트부터 노래와 공연 영상까지 다양한 분야의 퀴어 아티스트들이 감사하게도 이번 온라인 전시전에 함께 해주셨습니다. 

온라인 전시전에 연대하여 참여해주신 기록활동가 김민수님, 디자이너 뽀시래기님, 드랙 퍼포머 정글님, 아장맨님, 허리케인 김치님, 퀴어 싱어송라이터 태로님, 활동가 에디님, 김결희님과 퀴어 페미니스트 댄스공간 루땐에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온라인 전시전에 오셨던 많은 분들이 전시된 사진과 일러스트, 영상을 보며 그에 대한 감상과 연대의 말을 방명록에 또 SNS를 통해 남겨주셨어요. 저희 활동가들은 그 흔적을 따라가며, 우리는 지금도 함께 하고 있다는 감각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퀴어 굿즈 제작소 <라온>에서는 전시 마지막 날, 로비에 모여 단체 사진을 찍자는 깜짝 제안으로 함께 모인 분들과 이렇게 알콩달콩한 기념사진을 찍어 보내주셨다지요. (。ˇ_ˇ。)

 

 



조각보는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았던 방식으로 이번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온라인 전시전은 무엇보다 온라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나마 <우리가 안전하고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데에 의미를 두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라는 감각을 이 전시 공간에 접속해있을 때만큼은, 다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활동가들이 이번 행사를 진행하며 느꼈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디서든 우리는 연결되어 있고, 연결될 수 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한정된 공간이지만 서로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떠나간 이를 기억하는 공간 속에서, 우리는 이번에도 함께 기억하고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연대의 감각이 잠시나마 여러분께 함께 할 수 있었기를, 또 그 감각이 앞으로를 살아가는 데에 미약하게나마 힘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마음 아팠던 2021년도 지나가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또 한 해를 무사히 살아낸 당신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