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후기제11회 성소수자 인권포럼 참여 후기

2019-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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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회 성소수자 인권포럼에서, <장애에서 부적절감으로: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기준 변화의 의의> 세션이 진행중이다.)




성소수자 인권포럼이 돌아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성소수자 관련 행사 중 가장 기다리는 행사입니다. ‘성소수자’를 키워드로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논의가 나올 수 있는지요. 그리고 이 모든 걸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정말이지 귀중한 기회가 아닌가 싶어요.

최근 개정된 국제질병분류 제11차 개정판(ICD-11)에서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진단명이 장애(disorder) 부적절감(incongruence)로 바뀌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트랜스젠더 성별정정의 사실상의 필수요건이라고 할 수 있는 정신과 진단서의 진단명의 준거가 바뀐 셈입니다. 이러한 변경은 트랜스젠더의 삶에 실질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가 주관한, 본 포럼 1일차 오전에 준비된 <장애(disorder)에서 부적절감(incongruence)으로: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기준 변화의 의의> 세션은 이러한 내용을 상담심리적 그리고 의료적 관점에서 다루었습니다. 해당 세션에는 활동가 희정과 낙타가 발표로 참여했답니다. 

1일차에는 부스 행사에도 함께했지요! 본 포럼 2일차에는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에서 주관한 <트랜스×노동=?> 세션에 활동가 리나가 패널로 참가했구요.

참여 후기는 각 세션별로 함께 했던 활동가들의 소감과 함께 마무리하려 합니다. 성소수자 인권포럼에서 함께해주신 분들께 다시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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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보 활동가 낙타가 연단에서 발표하는 모습)


<장애(disorder)에서 부적절감(incongruence)으로: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기준 변화의 의의> 
: 세션 기획 및 발표 후기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삶에서 정신건강전문가(정신과 의사, 심리상담사)는 원하든, 원치 않든 만날 수밖에 없는 집단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해가 있는 정신건강전문가를 만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죠. 그런데 제가 심리상담을 공부하면서 만난 전문가들도 고민이 적지 않더군요. 트랜스젠더 내담자가 오면 돕고 싶은데 너무 막막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성소수자 인권포럼에서 '장애에서 부적절감으로 :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기준 변화의 의의'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할 수 있었던 게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ICD가 아무리 긍정적으로 변하더라도 정신건강전문가들이 글만 읽고 멈춘다면 당연하게도 아무런 의미가 없을테니까요. ICD의 변화가 정신보건의료환경에 줄 변화를 긍정적/회의적인 측면에서 모두 다뤘던 장창현님, ICD와 DSM을 비교하고 심리상담 분야에 필요한 변화를 이야기한 낙타님 모두 많은 걸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심리상담전문가가 마주할 현실을 이야기해보고자 발표를 했습니다. 제 글이 도움이 되었을 지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발표나 글을 읽어보는 트랜스젠더 당사자, 심리상담전문가가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느낀다면 진심으로 기쁠 것입니다. 

           _조각보 활동가 희정





(본 포럼 2일차,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에서 주관한 <트랜스×노동=?> 세션 발표 현장)


<트랜스×노동=?> 
: 참여 후기

트랜스젠더와 노동에 대한 세션이라니, 처음에는 저 같은 경력 단절 트랜스젠더(-_ㅠ)에게 이보다 더 적절한 자리가 있을까 싶어 덥석 참여 제안을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촉박한 시간 안에 라운드세션을 준비하려니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음에도, 함께 세션을 준비했던 분들의 도움으로 제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을 잘 정리해볼 수 있었습니다.

각자가 ‘트랜스젠더퀴어 노동자’로 겪는 노동경험은 다양하지만, 그 안에서는 비슷한 결의 이야기가 공유되고 있었습니다. 트랜스젠더이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줄어들거나 없어지기도 하고, 노동 현장에서 젠더 표현으로 인한 차별을 겪기도 합니다. 나의 노동이 정당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직접적인 폭력의 위협에 시달리기도 하고, 트랜스젠더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정해진 규범에 따르고 순응하기도 합니다.

저는 제가 겪었던 노동 현장에서의 성소수자 혐오와 트랜스젠더의 경력 단절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다듬으면서, 다른 패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 현장에서 여러 질문을 해주셨던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거듭 들었던 생각은 ‘트랜스젠더’와 ‘노동’을 키워드로 보다 많은 경험이 공유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노동경험에 있어서 트랜스젠더라는 정체성은 학벌이나, 출신지역, 계급 같은 다른 요소들처럼 정말 큰 사회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노동 경험에 대한 담론에서 트랜스정체성 내지는 성별정체성과 관련된 이야기는 너무나 작은 비중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제가 했던 이야기가 단순히 ‘트랜스젠더여서 일하는 게 이렇게 힘들었다’ 같은 단편적인 경험담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성별 규범에서 미끄러지고 탈락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는지를 다시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_조각보 활동가 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