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후기[2013 조각보] 트랜스젠더 인권지지기반 구축 프로젝트 1년차 보고서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2015-12-30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트랜스젠더 삶의 조각보 만들기 - 트랜스젠더 인권 지지기반 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트랜스젠더의 복잡다단한 삶을 구체화하고, 편견과 혐오에 대한 다각도의 실태 조사를 진행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인식 전환과 지지 그룹 형성을 꾀해 트랜스젠더 인권 운동의 기반을 다지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2012년 하반기에 선정되어 2013년 1년차 사업을 수행하였습니다.


 


트랜스젠더 삶의 조각보 만들기 

  

- 트랜스젠더 인권지지기반 구축 프로젝트 1년차 보고서

 


 

  


트랜스젠더라는 단어에는 어떤 무게감이 있다.

물론, 그 무게감은 느끼는 사람이 누군가인지에 따라 매우 달라지기는 하지만.

 

조각보 프로젝트는 트랜스젠더라는 단어에 짓눌린 사람들의 무게를 세상이 나누어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이 단어의 무게에 버둥거리는 이들은 취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당사자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커밍아웃에 당황하고 있는 가족일 수도, 있으며 성별정정 서류작업이 낯설기만 한 공무원일 수도, 연구의 도덕성에 대해 고민하는 연구자일 수도 있다.


그래서 조각보의 프로젝트는 전방위적일 수밖에 없었다. 전에 누군가는 트랜스젠더의 이슈는 한 사회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삶에 관한 모든 이슈에 트랜스젠더를 더하기만 하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한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일상, 소소한 트러블, 큰 고민……. 이 모든 것에 우리는 트랜스젠더라는 단어를 얹어서 한번 더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트랜스젠더 삶의 조각보 만들기

 

 


1년차의 목표는 어찌 보면 단순했다. 목소리를 듣자. 자료를 모으자.

트랜스젠더 당사자와 주변인들 20여명을 인터뷰를 진행하고, 한국 내에 트랜스젠더와 관련된 수많은 자료들을 정리했다. 트랜스젠더의 지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상담가들에게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식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트랜스젠더 당사자 스스로가 지지자가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당사자 워크숍을 개최했다. 

우리의 목표는 소박했고, 위대한 결과를 내고자 노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1년간의 프로젝트는 꽤나 빡빡하게 돌아갔다. 20여명을 인터뷰 했고, 온갖 자료들을 수집하고 분류하고 정리해야 했으며, 수백건의 설문조사를 정리하고 또 정리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기까지, 20여명의 기획단은 마치 손이 수십개 달린 한 사람인 것처럼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물론, 의미 있는 작업들이었다. 꾸준한 인터뷰는 트랜스젠더 당사자와 주변인의 삶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자료조사는 세상의 수많은 자료들을 확인하는 환희를 주었다. 인식조사와 당사자 워크숍은 지지자를 조직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고민해야 하는지 구체적 계획을 세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이 모든 활동이 1년여 간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즐거웠기 때문이다. 

조각보 기획단은 2013년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에서 작은 이벤트를 진행했다. 축제에 참여하는 개개인이 하나의 조각보가 되어 메시지를 작성하고 조각보를 누비고, 그 조각보를 들고 행진하는 경험은 이 프로젝트가 정말 필요한 프로젝트임을 세상에 환기시켜주는, 그리고 기획단에게 뿌듯함을 주는 시간이었다. 


이후 진행되었던 당사자 워크숍 또한 트랜스젠더 조각보 만들기라고 하는 이름이, 그냥 프로젝트의 제목을 그럴싸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당사자, 주변인, 지지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지지가 얽혀야만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임 보여주었고, 그들의 트랜스젠더와 관련된 요구가 얼마나 다양한지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조각보 프로젝트가 2년차를 맞이했다. 올해 조각보 프로젝트는 사람들의 요구에, 그리고 더 많이 나누어야 하는 필요성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리고 올해가 지나면 2년간의 프로젝트를 밑거름 삼아 조각보 프로젝트는 하나의 트랜스젠더 인권 단체의 설립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단체로 향하는 앞으로의 2년의 여정도 2013년처럼 즐겁고 열정 가득한 기억으로 쌓여나가길 기대해본다. 

 


글/사진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