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활동[낙태죄 폐지 1년 4.10 공동행동 선언문] 모두에게 안전한 임신중지가 보장될 때까지

2022-04-10



[낙태죄 폐지 1년 4.10 공동행동 선언문]


모두에게 안전한 임신중지가 보장될 때까지




지난해 2021년 1월, 낙태죄는 공식적으로 법적 효력을 상실했다. 우리는 오늘 우리의 힘으로 일궈낸 낙태죄 폐지 1주년을 기념하고, 앞으로의 과제들로 나아가기 위해 거리에 나왔다. 우리는 처벌받지 않을 당연한 권리에서 그치지 않고, 안전한 임신중지가 모두에게 문턱없이 실현되기 위해 필요한 과제들을 요구하고 이뤄나갈 것이다. 우리의 구체적인 요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유산유도제 즉각 도입하라!

유산유도제를 통한 임신중지는 특별한 부작용 우려 없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임신중지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유산유도제는 해외에서는 1988년도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여 70여개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3월 8일 새롭게 발표한 임신중지 가이드라인에서 각국이 완전한 비범죄화를 통해 모든 사람이 유산유도제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받도록 해야함을 강조하는 한편, 12주 이내 임신중지의 경우에는 의사의 관리감독 없이 안전한 약물적 임신중지를 할 수 있도록 적극 권고하며 유산유도제의 안전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여성들은 아직 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약품에 접근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유산유도제 신속승인을 약속했던 식약처는 아직도 허가를 미루고 있다. 때문에 지금도 온라인으로 구입한 성분미상의 의약품을 복용한 뒤 부작용을 겪는 경우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의료진 또한 적절한 처방을 할 수 없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요구한다. 유산유도제 도입을 더이상 미루지 말라. 식약처는 유산유도제를 즉각 허가하라.



둘째, 임신중지 의료행위에 건강보험 적용하라!

‘낙태죄’가 존속할 때까지 임신중지 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경우는 모자보건법상의 매우 제한적인 허용 조건에 해당하는 경우 뿐이었고, 이는 전체 임신중지 중 아주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는 형법 ‘낙태죄’의 법적 실효가 사라진만큼 이 조항과 연동되었던 모자보건법상 제한적 적용 조건도 바뀌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변화된 법적 조건에 맞추어 보장 체계를 마련하지 않아 아직까지 대부분의 경우 온전히 개인이 부담하고 있으며, 그 비용마저 의료기관별로 매우 상이하여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요구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많은 여성들이 임신중지 의료비 때문에 임신중지 자체는 물론 임신중지 전후의 생활에 곤란을 겪는다.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은 파트너나 지인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거나, 대출이나 현금서비스 등에 손을 뻗게 되면서 사회경제적 위험에 노출된다. 또 비용 마련에 소요된 시간 때문에 임신중지가 늦춰져 의학적 문제를 겪기도 한다. 비범죄화로는 충분하지 않다. 돈 때문에 임신중지 권리에 접근하지 못하는 여성이 없도록, 모든 임신중지 의료서비스는 건강보험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 재생산 및 성에 관한 건강과 권리를 포괄적으로 보장하라!

우리는 임신중지 혹은 출산에 수반되는 권리와 건강의 문제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요구한다. 일부 언론은 아직도 임신중지를 일부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사람들의 결정인 것처럼 다루고 있지만, 현실에서 임신중지는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고민해서 결정하는 인생의 경로이다. 임신중지란 한 사람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맺고, 임신중지를 하거나 출산을 하고, 살아가면서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과정의 일부라는 것을 대다수의 시민들은 잘 알고 있다. 지금 이 재생산의 일대기는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다. 어떤 사람은 장애를 이유로 의료기관에서 차별을 받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임신중지에 내가 아닌 타인의 동의를 요구받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임신중지 후에 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오랜기간 아프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임신했을 때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어려움들이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 아님을 선언한다. 임신중지는 물론 재생산 권리 전체는 기본적 권리로 보호되어야 한다. 



최근 뉴질랜드, 콜롬비아, 칠레, 베넹,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서 구시대적인 임신중지 처벌법을 걷어내고 접근성을 확대해 나가려는 개혁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와 세계산부인과학회 또한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과 접근성 제한이 건강과 안전을 침해한다고 보고 각국에 임신중지의 전면 비범죄화를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이처럼 임신중지를 기본적인 권리로 보장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우리가 한국에서 이뤄낸 성과 또한 마찬가지다. 임신중지로 처벌받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위해 이어온 우리의 투쟁은 세계의 여성들과 함께한 투쟁이다. 정부와 국회는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우리는 비범죄화를 넘어 임신중지가 모두에게 안전한 의료서비스로 제공될 때까지, 우리의 권리가 온전히 실현될 때까지 세계의 여성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다. 



2022. 4. 10.


낙태죄 폐지 1년 4.10 공동행동 참가자 일동




공동주최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본소득당 여성주의 의제조직 베이직페미, 노동당, 녹색당, 맑스철학연구회, 믿는페미, 민주노총(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공공운수노조,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전국공무원노조, 전국언론노조),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시민건강연구소, 유니브페미,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장애여성공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 진보당,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플랫폼C,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